
광주와 전남은 꿈에 부풀었다. 낙후도시의 대명사로 불렸던 광주시와 전남도가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정책에 맞춰 극적인 통합을 이뤄내면서다. 지방선거는 수도권과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다. 광주·전남의 결집된 여론을 통해 지방의 고민을 해결하거나 수십 조원 대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업 유치 등과 관련, 정부와 여당의 지원을 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6·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지역민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동진 정책’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영남권 등 격전지에 당력을 총집중하며 파격적인 ‘선물 보따리’를 풀고 있는 반면 ‘텃밭’인 광주·전남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28일 광주·전남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뒤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 최대 격전지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6일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의 캠프 개소식이 대표적이다. 정청래 당대표를 포함해 한정애 정책위의장, 조승래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물론 중진과 전·현직 국회의원만 60명이 참석했다. 앞선 8일에도 당 지도부는 대구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른바 ‘김부겸 원팀’을 지원하기 위한 선물 보따리도 풀었다. 재원 마련 문제로 답보 상태였던 TK신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 ‘20조 원 규모의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정 대표는 “대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로봇·인공지능(AI) 수도, 대구·경북 신공항을 만드는 데 당의 이름으로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부산·울산·경남 구애의 목소리는 더욱 짙다. 이른바 부울경은 민주당이 역대 선거때마다 가장 공을 들이는 지역 중 하나다. 경남은 최근 한달 새 세 번을 찾았다. 정 대표는 “민주당은 2021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제정했고, 해양수산부 이전 등 부산에 약속한 것들을 착착 이행할 준비가 됐다”며 “부울경 메가시티를 완성할 수 있는 찬스가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2035년 가덕도 신공항 ▲해사법원 설치 ▲해운 대기업 HMM 부산 이전 ▲동남권투자공사설립 등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공약을 열거한 뒤 “민주당이 전심전력을 다해, 혼신의 힘을 다해 당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또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공약한 ▲서부경남 KTX 조기 완공 ▲사천공항 국제선 취항 등도 지원할 방침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선거용 공약을 넘어 국가 권력과 미래 산업의 핵심 축 자체가 영남권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해양수산부 이전 등 정부부처 이전을 통한 부산시장 선거 지원은 물론,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을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 전략공천한다. 이른바 청와대 핵심 수석급 인사를 영남권 정책 컨트롤타워로 전진 배치하는 등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하는 모양새다.

반면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인 광주·전남의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오는 7월 통합시 출범에 필요한 핵심 예산마저 외면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구조 속에서 지역 미래를 약속받아야 하는 중요한 때에 오히려 남의 집 잔칫상만 들여다봐야 하는 지역민들의 박탈감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정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 또한 경선 종료 이후 지역을 향한 발길이 끊긴 상태다. 정 대표는 지난 25~26일 전남 일정마저 하루 앞두고 취소했다.
이 같은 무관심은 실질적인 ‘예산 참사’로 이어졌다. 당장 7월 1일 출범을 앞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초기 구축 비용 573억원이 최근 정부 추경안에서 전액 삭감된 게 대표적이다. 행정체계 통합과 전산망 구축 등 출범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마저 외면당했지만 민주당 지도부 중 누구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있다. 임한필 국민의힘 광주시당 대변인은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에서 민주당 일당 독점의 시스템이 결국 오만함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호남에서 선거전이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것인지, 타 지역 유세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도 호남 민심을 분노케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한 후보는 “선거라는 게 서로 경쟁 구도가 이뤄지면서 정책적 대응도 하고, 그렇게 지역이 발전하는 것인데 광주·전남은 그런 부분들이 안 나타나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간 공천이 끝나면 선거가 끝나는 게 반복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은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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