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부산 총출동 與···‘공천=당선’ 광주·전남은 찬밥 신세됐나

이삼섭 기자
업데이트 2026.04.29. 11:15
민주주의 심장 광주·전남, 박탈당한 선택권 (3)
민주당, 대구 ‘김부겸 원팀’에 선물 보따리 총공세
당대표 비롯 현역 50~60명 몰려…20조 공항 공약
전남광주 선거운동 조용…통합 비용 지원도 모르쇠
오중기(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와 김부겸 대구시장 예비후보, 정청래 대표가 26일 대구 달서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광주와 전남은 꿈에 부풀었다. 낙후도시의 대명사로 불렸던 광주시와 전남도가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정책에 맞춰 극적인 통합을 이뤄내면서다. 지방선거는 수도권과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다. 광주·전남의 결집된 여론을 통해 지방의 고민을 해결하거나 수십 조원 대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업 유치 등과 관련, 정부와 여당의 지원을 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6·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지역민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동진 정책’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영남권 등 격전지에 당력을 총집중하며 파격적인 ‘선물 보따리’를 풀고 있는 반면 ‘텃밭’인 광주·전남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28일 광주·전남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뒤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 최대 격전지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6일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의 캠프 개소식이 대표적이다. 정청래 당대표를 포함해 한정애 정책위의장, 조승래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물론 중진과 전·현직 국회의원만 60명이 참석했다. 앞선 8일에도 당 지도부는 대구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른바 ‘김부겸 원팀’을 지원하기 위한 선물 보따리도 풀었다. 재원 마련 문제로 답보 상태였던 TK신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 ‘20조 원 규모의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정 대표는 “대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로봇·인공지능(AI) 수도, 대구·경북 신공항을 만드는 데 당의 이름으로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부산·울산·경남 구애의 목소리는 더욱 짙다. 이른바 부울경은 민주당이 역대 선거때마다 가장 공을 들이는 지역 중 하나다. 경남은 최근 한달 새 세 번을 찾았다. 정 대표는 “민주당은 2021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제정했고, 해양수산부 이전 등 부산에 약속한 것들을 착착 이행할 준비가 됐다”며 “부울경 메가시티를 완성할 수 있는 찬스가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2035년 가덕도 신공항 ▲해사법원 설치 ▲해운 대기업 HMM 부산 이전 ▲동남권투자공사설립 등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공약을 열거한 뒤 “민주당이 전심전력을 다해, 혼신의 힘을 다해 당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또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공약한 ▲서부경남 KTX 조기 완공 ▲사천공항 국제선 취항 등도 지원할 방침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선거용 공약을 넘어 국가 권력과 미래 산업의 핵심 축 자체가 영남권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해양수산부 이전 등 정부부처 이전을 통한 부산시장 선거 지원은 물론,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을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 전략공천한다. 이른바 청와대 핵심 수석급 인사를 영남권 정책 컨트롤타워로 전진 배치하는 등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하는 모양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구시장 후보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8일 대구 북구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뉴시스

반면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인 광주·전남의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오는 7월 통합시 출범에 필요한 핵심 예산마저 외면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구조 속에서 지역 미래를 약속받아야 하는 중요한 때에 오히려 남의 집 잔칫상만 들여다봐야 하는 지역민들의 박탈감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정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 또한 경선 종료 이후 지역을 향한 발길이 끊긴 상태다. 정 대표는 지난 25~26일 전남 일정마저 하루 앞두고 취소했다.

이 같은 무관심은 실질적인 ‘예산 참사’로 이어졌다. 당장 7월 1일 출범을 앞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초기 구축 비용 573억원이 최근 정부 추경안에서 전액 삭감된 게 대표적이다. 행정체계 통합과 전산망 구축 등 출범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마저 외면당했지만 민주당 지도부 중 누구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있다. 임한필 국민의힘 광주시당 대변인은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에서 민주당 일당 독점의 시스템이 결국 오만함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호남에서 선거전이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것인지, 타 지역 유세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도 호남 민심을 분노케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한 후보는 “선거라는 게 서로 경쟁 구도가 이뤄지면서 정책적 대응도 하고, 그렇게 지역이 발전하는 것인데 광주·전남은 그런 부분들이 안 나타나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간 공천이 끝나면 선거가 끝나는 게 반복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은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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