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딧불이는 자연과 사람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곤충입니다. 우리가 어릴 때 봤던 반딧불이를 다음 세대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촌천 반딧불이보존회에서 10년 넘게 반딧불이를 관찰하고 보존해온 박병옥(71) 회장은 반딧불이를 단순한 곤충이 아닌 자연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바라보고 있다. 남구청 환경과에서 근무했던 그는 도랑과 하천을 살리는 활동을 계기로 반딧불이와 인연을 맺었다.
박 회장이 대촌천 일대에서 처음 반딧불이를 발견한 것은 2014년이다. 당시 도랑살리기 사업을 진행하며 주변 환경을 살피던 중 저녁 시간 산기슭에서 파란 불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6개체를 발견했다. 이듬해에는 대촌천에서도 반딧불이가 집단으로 출현한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박 회장이 현장을 확인해 이를 알리면서 본격적인 보존활동이 시작됐다.
2015년에는 대촌천 반딧불이보존회를 구성했다. 현재 회원은 55명 가량으로 환경단체 활동가를 비롯해 대촌지역 주민, 곤충 전문가와 교수 등이 함께하고 있다. 보존회는 반딧불이가 집중적으로 출현하는 대촌천 약 2.3㎞ 구간을 중심으로 제초제 사용 자제와 무단경작 금지, 무분별한 풀베기 방지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 회장은 “반딧불이는 달팽이를 먹고 살기 때문에 달팽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축축한 땅과 어린 풀이 있어야 달팽이가 살아갈 수 있고, 결국 하천과 수로 주변의 생태계를 지키는 것이 반딧불이를 지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보존회는 반딧불이의 변화를 기록하기 위해 2016년부터 매년 7월 초부터 10월 초까지 일주일에 한 차례씩 정기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2017~2019년에는 평균 1천200개체가량이 관찰됐으며 이후에도 800~1천400개체 수준을 유지해왔다. 지난해에도 약 1천400개체가 확인됐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 확인된 반딧불이는 약 470개체에 그쳤다. 최근 추가 모니터링에서 150개체 가량이 발견되면서 출현 시기가 늦어진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0월 초까지 관찰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 회장은 “올해처럼 폭염이 심하면 땅이 뜨거워져 달팽이가 활동하기 어렵고 알을 낳기도 힘들다”며 “반딧불이는 먹이를 달팽이에 의존하기 때문에 결국 기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존회는 내년 폭염에 대비해 하천 주변에 물을 공급해 습도를 유지하고, 풀도 모두 베지 않고 일부 그늘이 남도록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박 회장은 “반딧불이뿐 아니라 모든 야생동식물이 기후변화로 살아가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인간만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대촌천 반딧불이 생태체험 행사도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활동 중 하나다. 매년 참가자를 모집하면 빠르게 마감될 정도로 관심이 높으며, 행사 참가자 외에도 야간에 대촌천을 찾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박 회장은 “반딧불이는 보통 저녁 7시부터 9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빛을 낸다”며 “건물 하나 없는 대촌천에서 하천과 산, 들판을 바라보며 반딧불이를 보고 별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가 반딧불이를 지키는 이유는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아이들이 자연에서 반딧불이를 직접 보고 자라는 경험이 중요하다”며 “반딧불이를 만지는 것보다 손을 대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면서 자연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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