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밖에 있다가 들어오니 좀 살 것 같네요. 햇볕이 뜨겁다 못해 따가워 한낮에는 돌아다니기 겁나요.”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특별시)의 극한 폭염을 피하기 위해 도심 곳곳에 설치된 무더위 쉼터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6일 오후 12시30분 광주특별시 동구에서는 강한 햇볕에 달궈진 보도블록과 건물 외벽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시민들은 양산과 손가방으로 얼굴을 가린 채 그늘을 찾아 종종걸음을 옮겼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연신 부채질하거나 건물 그늘에 몸을 숨겼다.
힘겹게 뜨거운 햇볕을 뚫고 금남지하상가에 내려온 시민들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양산을 접는 시민부터 손수건으로 이마와 목덜미를 훔치는 시민까지 계단 아래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지하상가는 지상과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달아오른 열기는 사라지고 냉방기에서 나온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상가 통로와 휴게공간에 마련된 의자에는 장을 보고 돌아가던 어르신들과 직장인, 쇼핑객 등이 자리를 잡았다.

어르신들은 만남의 광장에 앉아 부채질하며 일행과 이야기를 나눴고, 차가운 음료를 든 시민들은 휴대전화로 날씨를 확인했다. 도심을 오가던 시민들도 의자에 잠시 앉거나 평소보다 천천히 걸으며 뜨거운 햇볕이 누그러지기를 기다렸다.
오후 1시께 5·18민주광장과 맞닿은 전일빌딩245 1층에도 폭염을 피해 들어온 시민과 이동노동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일빌딩245 1층은 배달·대리운전 종사자 등 야외에서 일하는 이동노동자를 위한 무더위쉼터로 지정돼 있다. 넓은 로비와 냉방시설, 휴게공간을 갖춘 전일빌딩245는 이동노동자뿐 아니라 도심을 오가는 시민들이 함께 더위를 피하는 폭염대피소 역할을 했다.
1시30분께 광주은행 충장로지점에서도 은행 업무를 보러 온 시민들이 냉방시설 아래에서 더위를 식혔고, 인근 충장동 행정복지센터에도 민원 업무를 위해 방문한 주민들이 업무를 보며 땀을 훔쳤다.

김모(42)씨는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하는데 너무 더워서 지하상가로 내려왔다”며 “5분 만 걸어도 온 몸이 땀 범벅인데 지하상가에 오니 시원한 공기가 느껴져서 한시름 놨다”고 전했다.
한 70대 어르신은 “집에 있기 답답해서 이른 점심을 먹고 산책 겸 나왔는데, 너무 더워 전일빌딩에 들어왔다”면서 “매년 여름은 더웠지만 올해가 유독 더 덥게 느껴지는 것 같다. 숨이 턱까지 차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광주특별시 곳곳에는 이처럼 지역민들이 극한 더위를 피해 쉬어갈 수 있는 무더위쉼터 1만77곳이 운영 중이다. 기존 전남권에는 8천436곳이 마련돼 있으며 동시에 21만2천218명을 수용할 수 있다. 시설별로는 노인시설이 6천332곳으로 가장 많고 마을회관 1천115곳, 복지회관 108곳, 보건소 103곳, 읍·면사무소 96곳 등이다.
전남권 시 단위에서는 순천시가 730곳으로 가장 많은 무더위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수용 가능 인원도 2만4천528명으로 전남권에서 가장 많다. 이어 나주시 619곳, 여수시 438곳 순이다. 군 단위에서는 신안군이 740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남권 22개 시·군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치다. 이어 해남군 599곳, 무안군 457곳 순으로 나타났다.

기존 광주권에서는 1천641곳이 운영되고 있다. 경로당 등 회원 이용시설이 1천361곳으로 가장 많고 공공청사 128곳, 금융기관 64곳, 복지·문화·체육시설 50곳 등이다. 전일빌딩245 1층을 비롯해 이동노동자를 위한 무더위쉼터도 35곳 마련됐다. 자치구별로는 광산구가 441곳으로 가장 많고 북구 425곳, 서구와 남구 각각 287곳, 동구 158곳 순이다. 시 본청이 관리하는 쉼터는 43곳이다.
앞서 이날 광주특별시 전역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광주기상청은 오전 10시20분 광주동부에 폭염중대경보를 발표해 오전 11시부터 발효했다. 광양에도 폭염중대경보가 유지됐다.
광주서부를 비롯해 담양·장성·화순·보성·여수·순천·장흥·강진·영암·함평 등 대부분 지역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목포·진도와 일부 도서·산간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으며 구례 산간을 제외한 전 지역에는 열대야주의보도 발효됐다.
폭염은 이번 주말과 다음 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8일부터 고기압 가장자리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구름이 많거나 흐린 날씨를 보이겠다. 8일 오후에는 전남권 내륙을 중심으로 5∼40㎜의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소나기가 내리는 동안 기온이 일시적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높은 습도와 축적된 열기로 인해 무더위는 계속되겠다. 이번 주말 아침 최저기온은 21∼29도, 낮 최고기온은 26∼39도로 평년보다 높겠다. 밤에도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주에도 구름 많은 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겠다. 다음 주 아침 최저기온은 23∼26도, 낮 최고기온은 31∼33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전망이다.
광주기상청 관계자는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지역에서는 필수업무가 아닌 야외활동과 실외작업은 최대한 중단하거나 미루고 무더위쉼터와 냉방시설 등 시원한 장소로 즉시 이동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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