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신혜(47)씨의 항소심에서 26년 전 1심 변호인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다만 처음부터 김씨에 대한 무죄를 주장했다고 밝혔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진환)는 16일 존속살해 혐의로 재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씨의 항소심에서 당시 1심 변호를 맡았던 A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2000년 작성된 변론요지서와 변호인 의견서를 토대로 현재 재심에서의 주장과 당시 변론 내용이 다른지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성적 학대 주장과 노트 사본, 보험금 관련 내용 등이 피고인 진술을 토대로 작성된 것인지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이에 대해 A 변호사는 “제가 마음대로 내용을 작성할 수는 없다”며 “기재했다면 피고인에게 듣고 작성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노트 사본과 당시 접견 내용, 변론 경위 등에 대해서는 “26년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했다.
검찰은 또 김씨가 재심에서 주장하는 경찰의 폭행·폭언과 허위자백 유도 주장에 대해 당시에도 관련 진술을 들었는지 확인했다.
A 변호사는 “폭행이나 폭언, 허위자백 이야기를 들은 기억은 없다”면서도 “다만 어린 피의자여서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경찰에게 잘 대해달라고 말한 적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증인신문은 검찰이 과거 변론 내용과 현재 재심 주장의 차이를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증인이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다만 A 변호사는 “김신혜씨의 범행 동기가 명확한 것도 없고, 보강 증거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심이 내린 무기징역이라는) 너무 어이없는 재판 결과로 많은 세월이 흘러갔다”며 “앞으로 김 씨에게 좋은 결과가 주어진다면 남은 인생을 정말 행복하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씨(당시 23세)는 지난 2000년 3월7일 완도군에서 수면제 30여 알을 양주 2잔에 타서 건네는 식으로 아버지(당시 52세)에 살해하고 같은 날 오전 5시50분께 외딴 버스정류장 앞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수사기관은 김씨를 범인으로 추정했다. 살인 동기는 아버지의 성적 학대와 ‘막대한 보험금’이었다.
김씨는 친척의 손에 이끌려 경찰서에 갔고 경찰에게 “제가 범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을 듣고 자신이 동생 대신 교도소에 가려고 거짓 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간 김씨는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시간이 흘러 법원은 지난 2015년 경찰의 강압 수사, 영장 없는 압수수색, 절차적 불법 행위를 주장하는 김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김씨의 변호는 재심 전문 변호사인 박준영 변호사가 맡았다.
검찰은 재심에서도 “당시 수사기관은 위법 수사를 하지 않았고 범인은 김 씨가 맞다”며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부검 결과 피해자의 몸에서는 약물 복용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아버지에게 든 보험은 2년이 지나야 문제 없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보험설계사 자격이 있는 피고인이 보험금을 위해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성적학대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사실 오인과 법리 오인을 이유로 항소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 17일 김씨에 대한 재판을 속행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당시 수사 관계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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