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후폭풍...공무원에 '선거실무 떠넘기기' 논란 재점화

박소영 기자
업데이트 2026.06.12. 14:29
5개 자치구 공무원 수천여명 투입
광주 공무원 81% "차출 부당"...전국 최고
10명 중 8명 관행·어쩔 수 없어 참여
공노조 "근본적 선거제도 개혁 필요"
제9회 6·3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3일 유권자들이 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전시관 제6투표소에서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6·3 지방선거에서 일부 지역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운영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투표 현장 실무 상당 부분을 지방공무원이 맡는 구조에 대한 개선 요구도 다시 커지고 있다.

12일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주 5개 자치구 93개 행정동에서 동원된 국가지방공무원은 사전투표 이틀간 각각 1천200여명, 본투표 당일에는 2천852명이 선거사무에 투입됐다.

이는 사전·본투표 당일 동원된 인원으로 공보물 발송과 투표안내문 작업, 투표소 설치·철거 등 선거 전후 업무에 참여한 공무원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선거 업무를 담당하는 광주시선관위와 5개구 선관위 직원은 전체 약 70명 수준으로 선거 현장 운영 상당 부분이 지방공무원 협조를 전제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선거철이면 지방공무원들은 투표관리관과 투표사무원, 선거인명부 작성, 공보물 발송, 투표소 설치·철거 등 다양한 선거 업무를 담당한다. 투표 당일에는 이른 새벽부터 투표 준비에 나서 투표 종료 후 투표함 봉인까지 마쳐야 해 12~13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무가 불가피하다.

광주 한 자치구 소속 공무원 A씨는 “원래도 선거사무를 선호하는 직원은 많지 않았다. 희망자를 받는 형식이지만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하겠다고 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한 논란으로 안할 수만 있다면 다시는 선거 사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광주 자치구 소속 공무원 B씨는 “투표소가 오전 6시에 운영을 시작하면 새벽 5시께는 출근해야 한다. 투표는 오후 6시에 끝나지만 투표함 정리와 각종 마감 업무까지 마치면 오후 8시가 넘어서야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14만~17만원 정도의 수당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업무 강도와 책임에 비하면 부담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철이면 원래 맡고 있는 업무에 선거사무까지 더해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혹시라도 실수가 발생하면 민원과 책임은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압박도 상당하다”며 “특히 고령 유권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현장 직원들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투표소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원과 항의를 가장 가까이에서 감당하는 것도 공무원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2022년 한국정당학회에 의뢰해 수행한 ‘안정적 선거관리를 위한 선거관리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국 공무원 3천84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선거사무 동원·차출이 부당하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77.3%는 “가능하면 선거사무에서 빠지고 싶다”고 답했으며 82%는 향후 투·개표 사무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광주의 경우 일선 공무원들이 선거사무에 동원·차출이 부당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81%로 대구와 함께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선거사무 참여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는 광주지역 응답자의 65%가 “업무 분장에 따라 관행적으로 참여한다”고 답했고, 23%는 “아무도 참여하려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맡게 됐다”고 응답했다. 반면 선거사무의 중요성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응답은 6%에 그쳤다. 동원된 광주 공무원 10명 중 8명 이상이 비자발적으로 선거사무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업무 부담의 원인으로는 ‘투표 준비를 포함한 근무시간이 길어서’라는 응답이 3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건·사고 발생에 대한 부담감(31%)’, ‘업무에 대한 보상이 적어서(30%)’, ‘투표 관리 절차의 복잡성·선거인 응대의 어려움(3%)’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10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선거 현장 관리 업무를 지방공무원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향후 선거사무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전공노는 이날 현행 대행사무 제도 중단과 선관위 조직 개혁, 선거사무 종사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백형준 전공노 광주본부장은 “그동안 선거사무와 관련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수당을 소폭 인상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광주시선관위가 공보물 작업을 위탁하는 등 공무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지방공무원 의존도가 높은 만큼 선관위가 고유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보물 제작과 배부, 투·개표 운영 방식 등도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 맞게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무원들의 희생에 기대는 선거 운영이 아닌 21세기에 걸맞은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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