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났는데 현수막은 그대로···광주 도심 1천t '몸살'

강주비 기자
업데이트 2026.06.08. 10:42
후보 홍보물 여전히 방치
감사 현수막까지 덧붙어
"도시 미관·안전 저해"
철거는 결국 지자체 몫
6·3지방선거가 끝난 지 이틀째인 5일 광주 서구 상무지구 BYC사거리에 선거운동용 현수막과 당선 감사 현수막 등이 뒤섞여 걸려 있다. 강주비 기자

6·3지방선거는 끝났지만 광주 도심은 여전히 정치 현수막으로 뒤덮여 있다. 여기에 선거운동용 현수막이 철거되기도 전에 당선 축하와 감사 인사 현수막이 잇따라 내걸리면서 시민 불편은 물론 행정력 부담과 환경오염까지 되풀이되고 있다.

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영광통사거리. 유동인구와 신호대기 차량이 많아 ‘현수막 명당’으로 꼽히는 이곳에는 6·3지방선거 후보들의 얼굴과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그 옆으로는 당선 축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나란히 내걸렸고, 낙선한 후보의 정당이 유권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특히 우회전 차로와 맞닿은 횡단보도 주변에 현수막이 몰려 있었다. ‘우회전 시 일단 멈춤’ 안내 표지판은 현수막에 완전히 가려졌고, 운전자 시야 방해로 교통사고 위험도 커 보였다.

같은 날 서구 상무지구 BYC사거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로변과 교차로 주변에는 선거운동 당시 게시된 현수막이 여전히 남아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감사 현수막이 새롭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시민들은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현수막 난립에 피로감을 드러냈다.

6·3지방선거가 끝난 지 이틀째인 5일 광주 광산구 영광통사거리 교차로에 게시된 정당 현수막에 ‘우회전 시 일단 멈춤’ 표시판이 가려져 있다. 강주비 기자

광산구 주민 최미아(52)씨는 “선거 때는 뽑아달라고 걸더니 선거가 끝나자마자 감사한다고 또 건다”며 “몇 달 동안 현수막만 보는 것 같다. 도시 미관도 해치고 운전할 때 시야를 가리는 경우도 있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상무지구서 직장을 다니는 곽지운(34)씨는 “요즘은 대부분의 정보를 온라인으로 확인하는 시대인데 현수막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지나치게 많이 보이면 거부감이 들 정도다. 정치권도 홍보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운동용 현수막은 선거 종료 후 후보자나 정당이 자체 철거해야 한다. 당선 또는 낙선에 따른 감사 현수막은 선거일 다음 날부터 13일간 게시할 수 있다.

문제는 상당수 현수막이 제때 철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 선거 현수막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감사 현수막까지 추가로 걸리면서 거리 곳곳이 현수막으로 뒤덮이고 있다.

시민 불편뿐 아니라 환경 부담도 만만치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약 1천110t,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는 약 1천557t의 폐현수막이 발생했다.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약 1천235t의 폐현수막이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선거 한 번이 끝날 때마다 1천t이 넘는 폐현수막이 쏟아지는 셈이다.

현수막의 주재료인 폴리에스터 합성섬유는 자연 분해가 어렵고 소각 과정에서 환경 부담을 유발한다. 현수막 한 장을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6㎏으로 알려져 있다.

6·3지방선거가 끝난 지 이틀째인 5일 광주 광산구 영광통사거리에 선거운동용 현수막과 감사 현수막 등이 뒤섞여 걸려 있다. 강주비 기자

일부 지자체가 폐현수막을 장바구니나 마대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지만 선거 현수막은 후보자 사진과 정당명이 인쇄돼 있어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는 결국 소각 또는 매립 처리되고 있다.

광주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게시 주체가 철거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자진 철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민원이 접수되거나 안전 문제가 우려되면 결국 지자체가 직접 철거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이나 후보자 측에 일일이 연락하고 현장을 확인하는 과정에도 적지 않은 행정력이 들어간다”며 “선거 때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게시부터 철거, 폐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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