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을 제대로 바꿔줄 사람을 뽑았습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일 광주·전남 투표소에는 이른 새벽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통합특별시 첫 일꾼을 뽑는 선거인 만큼 시민들은 지역 경제 회복과 교육, 통합 이후 행정 운영 등에 대한 기대를 한 표에 담았다.
3일 오전 광주 동구 계림1동 제2투표소. 투표소 안에는 차분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참관인들은 유권자들의 투표 과정을 진지한 표정으로 묵묵히 지켜봤고, 선거사무원들은 신분증 확인과 투표용지 배부, 동선 안내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번 선거에서는 통합특별시장과 교육감,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등을 선출하면서 투표용지가 모두 7장에 달했다. 투표용지가 두 차례에 걸쳐 나눠 지급되면서 당황하는 유권자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투표소를 헷갈려 헛걸음을 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계림1동 제2투표소에서는 오전에만 여러 명의 유권자가 다른 투표소를 잘못 찾았다가 안내를 받고 이동했다. 선거사무원들은 “1투표소는 저쪽입니다”, “마사회 건물로 가셔야 합니다”라고 설명하며 유권자들을 안내했다.
한 선거사무원은 “투표용지가 많고 투표소도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헷갈려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오후에도 비슷한 사례가 계속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접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은 뒤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투표소를 빠져나왔다. 기표를 마친 이들은 통합특별시의 미래와 지역 현안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60대 박동현씨는 “광주는 선거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지역 아니겠느냐”며 “하지만 이번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름대로 고민 끝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통합특별시를 잘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구 주민 입장에서는 낙후된 구도심 발전도 절실하다”며 “옛 전남도청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처럼 좋은 시설을 만들어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기존 자산을 잘 활용하면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각 광주 광산구 어룡동 제3투표소에는 투표 시작 전부터 긴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고령층 유권자가 많은 지역 특성상 오전 6시 투표 시작 20여분 전부터 주민들이 몰려들었고, 한때 줄이 건물 밖까지 이어졌다.
투표를 마친 임종진(67)씨는 “오랫동안 분리돼 있던 광주와 전남이 다시 하나가 되는 만큼 기대도 있지만 걱정도 있다”며 “잘못하면 지역 간 편 가르기가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서로를 아우르고 통합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기사도 챙겨보고 주변 사람들의 의견도 들으면서 후보들을 비교해봤다”며 “정당도 중요하지만 결국 지역을 얼마나 잘 이끌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광주 서구 화정2동 제2투표소에서는 90세 고령 유권자와 생애 첫 투표에 나선 18세 청년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무더운 날씨에 연신 땀을 훔치면서도 투표를 마친 최정림(90)씨는 “노인정에서 이번 지선 이야기를 많이 했다. 민주당 지지하는 무리도 많고 민주당 말고 다른 사람 뽑아보자는 이야기도 꽤 나왔다”며 “저는 젊은 사람들 잘 살게 해줄 수 있는 후보를 찍었다. 우리야 다 살았지만 젋은이들은 살 날이 훨 많지 않겠느냐. 당선인이 미래 세대를 위해 공약을 잘 지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생애 첫 투표에 나선 정찬영(18)군은 “첫 투표라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집으로 배달된 공약집도 꼼꼼히 살펴봤다. 제대로 된 어른이자 사회 구성원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권이 없을 때는 선거가 남의 일처럼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유세차도 더 눈여겨보게 되고 후보들의 선거운동에도 관심이 생겼다”며 “당장 성인이 되니 취업 걱정이 벌써 든다. 당선자들이 지역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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