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데이' 후폭풍···광주서 번지는 '탈벅' 움직임

강주비 기자
업데이트 2026.05.19. 16:04
광주 매장 곳곳 평소보다 한산
텀블러 파손·회원탈퇴 인증 확산
정용진 사과에도 비판 여론 계속
스타벅스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이른바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공분을 산 가운데, 광주 동구 한 스타벅스 매장이 한산하다.

“우리나라 아픈 현대사를 이렇게 악용하다니요. 이제 스타벅스 안 가려고요.”

19일 오후 광주 동구 한 스타벅스 매장. 음료 제조대에서는 얼음 갈리는 소리만 간간이 울렸고, 창가 좌석 대부분은 비어 있었다. 노트북을 펼쳐놓은 손님 두세명이 조용히 자리를 지킬 뿐, 평소처럼 주문을 기다리는 줄이나 북적이는 대화 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매장 입구를 지나던 시민들 중 일부는 스타벅스 로고를 힐끗 바라본 뒤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매장을 지나던 대학생 이지은(24)씨는 “원래 과제하느라 스타벅스 자주 갔는데 오늘은 들어가기 싫더라”며 “5·18 관련 표현을 그런 식으로 썼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광주 사람들한테는 단순 해프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불매 움직임으로 번지면서 광주 지역 매장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비판 여론은 오프라인 소비 중단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스타벅스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이른바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공분을 산 가운데, SNS에 스타벅스 불매를 인증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논란은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46주년 기념일인 지난 18일 진행한 텀블러 프로모션에서 비롯됐다.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표현이 사용되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진압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은폐 발언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국적인 불매운동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타벅스 머그컵과 텀블러를 망치로 부수거나 쓰레기통에 버리는 인증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고, “스타벅스 카드 잔액 모두 환불했다”, “신세계 계열사까지 불매하겠다”는 게시글도 이어졌다. 스타벅스를 아예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의 ‘탈벅’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광주는 특히 스타벅스 매장이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스타벅스코리아 지역별 매장 현황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광주는 인구 1만9천529명당 매장 1곳으로, 서울 다음으로 인구 대비 스타벅스 매장 밀집도가 높다. 지역 소비자층이 두터운 만큼 이번 논란이 지역 상권과 소비 흐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월단체의 반발도 거셌다. 이날 스타벅스코리아 측이 5월 단체에 사과하기 위해 방문했지만 거절당하며 무산됐다. 5·18 공법 3단체와 5·18기념재단은 “기업 차원의 공식 사과와 정확한 경위 설명이 먼저”라며 면담을 거부했다. 현장을 찾은 김수완 이마트그룹 총괄부사장은 재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외부에서 고개를 숙였다.

광주시교육청도 이날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 측에 공식 항의문을 전달했다. 시교육청은 항의문에서 “진정성 있는 조치가 없을 경우 교육청 공식 협력 사업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날 직접 사과문을 내고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었다”며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전격 경질하고 전 계열사 마케팅 검수 체계를 재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타벅스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이른바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공분을 산 가운데, 광주 광산구 한 스타벅스 매장 게시판에 사과문이 붙어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AFP·로이터·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도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과거 ‘멸공’ 논란 등을 언급하며 이번 사태가 단순 실수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이어지고 있다. 오월단체는 향후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공동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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