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상수도 두 번 터졌는데도 '괜찮다'? 광주시 상수도 폭발사고에 안일한 태도

박승환 기자
업데이트 2025.07.31. 17:26
공사현장 상수도관 파손...총 9천t 누수
단수 피해 없었지만 상가 10여곳 물난리
2023년 이어 또 반복...트라우마 생겨
“공사 이후 상인들만 피해...대책 절실”
31일 오전 6시10분께 광주 서구 금호동 도시철도 2호선 2공구 공사현장에서 상수도관이 파손돼 물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독자제공
31일 오전 광주 서구 금호동 지하철 2호선 2공구 공사현장에서 상수도관이 파손됐다.

"한 번도 아니고 어떻게 두 번씩이나 같은 곳에서 터질 수 있나요. 지하철 공사 때문에 못 살겠습니다."

광주 도심 곳곳을 파헤친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상수도관이 또 터지며 인근 상가에 물난리가 나자 상인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상인들은 상수도관 파손부터 소음, 건물 균열, 상권 침체까지 지하철 공사가 시작된 이후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라며 실질적인 보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1일 오전 광주 서구 금호동 지하철 2호선 2공구 공사현장 인근 한 마트에서 만난 점장 박준혁(45)씨는 "어떻게 또 터질 수 있냐"며 빗자루로 물을 쓸어내며 말했다.

이날 오전 6시10분께 마트 바로 앞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지름 600㎜ 상수도관이 파손되며 분수처럼 하늘로 치솟은 막대한 양의 물이 마트 안까지 들어온 것이다.

1시간가량 총 9천t가량의 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다행히 단수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박씨의 마트 포함 인근 상가 총 10여곳이 정전 등의 피해를 입었다.

31일 오전 광주 서구 금호동 지하철 2호선 2공구 공사현장에서 상수도관이 파손돼 물이 하늘로 치솟았다. 사진은 인근 마트 점장 박준혁(45)씨가 매장 안으로 들어온 물을 빗자루로 쓸어내는 모습.

박씨는 "2년 전에도 물에 잠긴 적 있다 보니 공사현장 관계자들에게 매장 쪽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소용없었다"며 "냉장고 메인 컨트롤러가 물에 젖어 걱정이다. 신선 식품은 전부 폐기하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박씨의 말처럼 이 일대는 지난 2023년 6월 1일에도 지하철 공사 중 상수도관이 터져 물난리가 났던 곳이었다. 당시에도 8천여t의 물이 하늘로 뿜어 오르면서 주변 상가 10여곳을 덮쳤다.

특히 상인들 중에는 상당수가 지난 2023년에도 피해를 봤던 경험이 있었다.

상인 송모(50대·여)씨는 "아침에 상인회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상수도관이 또 폭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2년 전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듯했다"며 "지하철 공사 때문에 가게 앞에 손님들이 차를 못 세우다 보니 안 그래도 매출이 줄었는데 물난리가 같은 곳에서 두 번씩이나 났다. 어떤 사람들이 미쳤다고 이곳을 지나다니겠으며, 상가를 방문하겠는가"라고 토로했다.

다가오는 추석을 앞두고 미리 들여둔 제수용품을 폐기해야 할 위기에 처한 상인도 있었다.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김미정(57·여)씨는 "추석 때 팔려고 굴비와 병어 등 각종 생선을 냉동고에 준비해뒀는데 물난리로 셔터가 휘어 가게 문이 열리지가 않는다. 내부를 확인할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며 "상해버리면 전부 폐기해야 하는데 속상하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채원휘(44)씨도 "기본적으로 1주일치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전기가 다 나가버렸다. 하루아침에 막대한 피해가 생겼다"며 "자영업자들은 결국 장사를 해야 하는데 복구도 며칠씩 걸린다고 하니 답답하다. 지하철 공사가 시작된 후로 매출이 너무 많이 빠졌는데 제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시가 지하철 공사로 인한 피해에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31일 오전 광주 서구 금호동 지하철 2호선 2공구 공사현장에서 상수도관이 파손돼 물이 하늘로 치솟았다. 사진은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고현숙(60·여)씨가 물에 젖은 종이박스를 정리하는 모습.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고현숙(60·여)씨는 "공사가 시작된 후로부터 상인들은 너무나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광주시는 마치 남의 일인 듯 방관하고 있다. 방금은 어떤 공무원이 가게를 잠깐 보더니 '이 정도면 괜찮네요'라고 했다"며 "상인들이 피해를 호소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지하철 공사 왜 시작해서 여러 사람 불편하게 하는 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31일 오전 광주 서구 금호동 지하철 2호선 2공구 공사현장에서 상수도관이 파손됐다. 사진은 현장 관계자들이 긴급 복구하는 모습.

한편 광주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상수도관의 접합부가 이탈하며 누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복구를 진행 중이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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