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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계엄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입력 2024.12.09. 16:35
■오월 광주가 본 12·3 계엄 사태가 실패로 끝난 이유
1980년과 다른 실시간 SNs 소통과 빠른 공유
군인도 달라진 높은 민주주의 의식도 큰 영향
5·18 전국화 위한 지속적인 민주주의 교육 주효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진입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SNS 활성화와 성숙해진 민주주의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배경에는 '5·18민주화운동의 전국화'라 할 수 있는 지속적인 교육의 힘이라는 분석이다.

9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돼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됐다"며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회가 곧장 본회의를 열고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불과 6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이를 두고 5·18 연구자들은 계엄 해제 권한을 가진 국회의 대응도 빨랐지만, SNS를 통한 빠른 상황 판단과 보편화된 민주주의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먼저 SNS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순간부터 총을 든 군인들이 국회로 들어서는 모습 등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고 "국민 여러분은 국회로 와달라"고 호소했다.

철저하게 고립됐던 1980년 5월 광주와 크게 달랐던 것이다. 지난 2016년 7월 터키에서도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적 있었는데,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이 SNS로 국민들에게 거리로 나서 쿠데타 세력에 저항해달라고 촉구해 실패로 끝난 바 있다.

또 하나는 5·18 이후 한층 높아진 민주주의 의식이다. 5·18을 수업으로 배우게 되면서 계엄과 민주주의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것도 한 몫했다.

이는 국회로 투입된 군인들 개개인도 학창 시절부터 이어진 민주주의 교육으로 인해 상부의 명령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시민들과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면서 자칫 유혈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민주주의 교육으로 정립된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지 않은 성숙한 모습도 있었다.

또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소년이 온다'를 쓰는 동안 알게 됐다"는 최근 한강 작가의 말처럼 '차별받아 마땅한 사람은 없다'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보편적인 인식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은 "국회의 대응도 중요했지만 근본적으로 고립을 막은 SNS와 민주주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진 점이 또 한 번의 군사 쿠데타를 막았다. 5·18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이 민주주의라고 봐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군인들을 상대로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는 것도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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