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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수능 이모저모]"괜찮아, 애썼어" 간절함 가득했던 교문앞 응원 물결

입력 2024.11.14. 20:05
의대증원 여파…역대 최다 N수생
'수능선전' 기원 포옹·응원 잇따라
대입 경쟁 치열…시험장 '오픈런'
수능 끝나자 눈시울 붉힌 가족상봉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광주시교육청 제26지구 제20시험장 광주 서석고등학교. 수험생들이 동이 트기 전부터 시험장을 속속 찾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날이 지났다. 수험생들에게는 대학 진학의 관문을 여는 결전의 날이었다. 의과대학 증원이 반영된 올해 수능에는 2004년 이후 21년만에 가장 많은 N수생이 몰려 대학입시 경쟁이 치열했다. 수험생들은 교문 앞에서 가족과 교사의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를 받으면서 시험장으로 들어섰다. 수험생 자녀와 말없이 따듯한 포옹을 나누는 학부모에게서는 수능 선전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전해졌다. 동이 트기 전부터 시험장에 나와 불안 초조한 마음을 명상으로 달래거나, 오답노트를 점검하는 수험생도 눈에 띄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험장 주변에서는 학교명을 착각해 다른 학교를 찾아가거나, 길이 막혀 지각할 위기에 빠지는 등 크고작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안전한 수능을 위한 경찰과 지역사회의 활약도 빛났다. 2025학년도 수능은 14일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5개 시험지구 1천282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총 83개 시험장이 지정된 광주·전남에서는 수능에 각각 1만6천846명, 1만3천941명이 지원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광주시교육청 제26지구 제20시험장 광주 서석고등학교. 문성고등학교 남기범(32) 선생님이 시험을 치르는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안아주고 있다.

◆시험장 도착 "내가 1등"

26지구 20시험장인 광주서석고등학교에는 새벽부터 수험생들의 떨리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수험생 상당수는 다소 긴장한 듯 입술을 축이며 시험장으로 입장했다.

20시험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고찬(19·전남고)군은 텅 빈 시험실에 들어서자마자 수험표와 책상에 붙은 수험정보를 대조한 뒤 자리에 앉았다.

간호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그는 "예비소집 때 와보지 않아서 자리도 확인하고 생각도 정리할 겸 일찍 나왔다"며 "의대 증원 후 첫 수능이라 N수생이 많이 유입돼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고 싶은 마음에 시험장도 1등으로 찾았으니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며 오답 노트를 꺼내들었다.

같은 시간 26지구 17시험장인 동신고등학교에서도 '시험장 오픈런' 현상이 빚어졌다.

17시험장에 1등으로 온 이수빈(18·전남여자상업고)양은 "수능 전날부터 긴장을 많이 해 밤잠을 설쳤다. 입실 시간을 맞추다가 지각할 수 있어 시험장에 일찍 오기로 했다"고 전했다.

14일 오전 광주시교육청 26지구 제17시험장인 광주 북구 풍향동 동신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이도현(18)군이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잘하고 와" 토닥토닥 따듯한 포옹

수험생 제자들을 시험장에 보낸 교사들도 이른 아침부터 교문 앞을 지켰다.

남기범(32) 문성고등학교 교사는 광주서석고 교문을 지나는 제자를 만날 때마다 따듯한 말을 건네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제자가 잠시나마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어깨를 토닥여줬다.

남 교사는 한명 한명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며 "긴장하지 마", "잘하고 와" 등 응원의 말을 건넸다. 그는 "제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응원하러 왔다"며 "긴장을 많이 한 제자들도 몇몇 눈에 밟혀 걱정된다. 실수하지 않고 실력 발휘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광주 북구 풍향동 동신고등학교 앞. 수험생 배성연(18)군과 어머니 박지혜(45·여)씨가 포옹하고 있다.

동신고 교문 앞은 수험생 자녀를 태운 학부모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차에서 내린 수험생들은 따뜻한 포옹과 손인사로 부모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은 부모는 자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부모와 말없이 포옹하던 이도현(18·광주일고)군은 쉬이 발이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군은 포옹 후 재차 부모 쪽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잘 보고 올게요. 조심히 가세요"라고 말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후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광주광역시교육청 제26시험지구 제29시험장(방림동 동아여자고)을 벗어나며 환호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수능 끝 "아들 딸, 고생했어" 눈시울 붉힌 가족 상봉

수능이 마무리될 즈음 각 시험장 앞은 수험생 자녀를 기다기고 있는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흐린 날씨에 빗방울이 떨어지자 우산을 손에 쥐고 자녀를 찾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했다.

'9시간 레이스'를 끝낸 수험생들 표정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광주시교육청 26지구 제29시험장 입구에서 한 교사가 수험생에게 '백점만점' 글씨가 적힌 엿을 선물하며 응원을 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하지만 교문 밖에 기다리고 있던 부모나 친구를 보자 얼굴에 다시 화색이 돌았다.

어깨가 축 처진 채 걷고 있는 자녀를 본 부모 눈가에는 어느새 물방울이 맺혔다.

김인재(50·여)씨는 "그동안 고생 많았고 이제 결과만 마음 편히 기다리면 될 것 같다"며 "저녁 메뉴를 스테이크로 하자고 아들이 정해서 스테이크 집으로 갈 예정이다"고 했다.

재수생 김수호(20)씨는 "아쉬움 없이 본 것 같아 후련하다"며 "빨리 집에 가서 가채점부터 한 뒤 잠을 잘까 한다"고 말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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