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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정신 계승·확산 초점···차별성 부족 우려 여전

입력 2024.11.12. 19:42
[옛 전남도청, 어떻게 꾸며지나]
<상>복원사업 현주소는?
공간별 콘텐츠 설계·제작 중
기존 기념시설과 다를바 없어
중요하게 다룰 내용 빠지기도
“구체적·전략적 고민 필요해”
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 현장.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옛 전남도청 내부를 채울 전시콘텐츠가 5·18 정신을 계승하고 확산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 구상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5·18 기념·추모시설과 비교했을 때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12일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에 따르면 내부 전시콘텐츠는 6개 공간별로 설계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가장 많은 콘텐츠가 들어가는 '도청 본관'은 '옛 전남도청에 다시 살아나는 열흘간의 최후 항쟁'을 큰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국가폭력에 저항했던 열흘 간의 항쟁 과정 영상을 총 3개의 대형 화면을 통해 소개하며, 외벽에서 발견된 9개의 탄흔과 아직 벽에 박혀있는 6개의 탄두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 영상으로 생생하게 설명한다.

또 최후 항쟁의 중심이었던 시민군 상황실과 최후 항쟁의 시작과 끝을 지켰던 방송실, 도지사의 사퇴 기자회견실 등도 재현하며, 5월27일 새벽 사망자가 발견된 위치에 이름과 신분, 사망 경위 등이 담긴 별도의 표지판을 설치한다.

'도청 회의실'에는 열린 도서관 등을 조성하며, '도경찰국 본관'에는 항쟁 기간 높은 시민의식으로 질서와 치안이 유지됐던 상황을 소개한다.

희생자들의 주검이 임시로 안치됐던 '상무관'은 시신 관리와 추모 과정을 대형 슬라이드 영상으로 구성해 당시의 흔적을 느끼고 추모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도 경찰국 민원실'은 휴식을 위한 카페가, '도청 별관'에는 방문자 센터가 들어선다.

이처럼 옛 전남도청을 채울 전시콘텐츠 설계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일각에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5·18 기록관이나 전일빌딩245 등 광주에 있는 기존의 5·18 기념·추모시설과의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무등일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윤상원 대변인 외신 브리핑'과 '안병하 경찰국장실 재현' 등은 계획에서 빠지긴 했지만, 아직도 정작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로 콘텐츠에 5·18의 기승전결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최소한 항쟁 초기 계엄군의 의도적인 유혈진압, 집단발포와 광주를 고립시키기 위한 계엄군의 의도된 퇴각, 광주 외곽 지역에서의 민간인 집단학살, 진압 작전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왜곡 및 조작 등이 확인돼야 옛 전남도청에서 최후 항쟁을 하게 됐는지 이해된다고 피력했다.

또 도청 본관의 전시 주제인 열흘간의 최후 항쟁이라는 표현도 열흘간의 항쟁은 5·18 전체의 상황이고 최후 항쟁은 5월27일 하루에 해당하므로 잘못됐다고 꼬집었으며, 도지사의 사퇴 기자회견이 항쟁 과정에서 꼭 다뤄져야 할 내용인지 의문을 표했다.

이와 함께 사망자 발견 위치에 설치하는 표지판에도 방문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사망자가 당시 무슨 활동을 했는지 등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참고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면 광주상고 1학년이던 고 문재학 열사의 경우 도청에서 시신 수습과 유족 안내 등의 활동을 했다. 모친인 김길자 여사가 집으로 가자고 했으나 문 열사는 초등학교 친구 양창근이 죽은 것 같다며 계속 남아있기를 선택, 같은 학교 동급생 안종필과 같은 장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문 열사의 경우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실존 인물이기도 하다.

아울러 상무관의 경우 민주화의 의지를 더욱 불태웠던 시민들이 분노와 비장함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도청 회의실과 도경찰국 민원실은 다른 어느 시설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소통 공간으로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도청 별관도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활동한 일반 시민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별관에서 활동한 시민들의 이야기도 소개해야 왜 별관 철거를 반대했는지에 대한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김승원 광주전남민중항쟁동지회 상임대표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5·18 기록관이나 전일빌딩245와의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이대로면 광주는 물론 타지역 방문객들도 느끼는 것이 전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군의 발포현장지도, 계엄군 작전상황지도, 사망자 피해현황지도, 사망자 검시서 등 당시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도 활용해야 한다. 일부 한계와 문제점이 지적됐다고 하더라도 국가기구인 5·18 조사위의 조사 결과도 반영해야 한다"며 "전반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내용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은 데다가 평범하다. 한 달이라는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이 있는 만큼 좀 더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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