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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사각지대 속, '폐지 수집 노인' 도로로 내몰린다

입력 2024.09.20. 09:17
광주 폐지수집노인 전수조사 607명
미응답 많아 1천700여명 이를지도
안정장비·일자리 지원에 사각지대
19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도로. 고물상에 폐지를 팔고 나온 노인이 도로 한쪽 차선에서 리어카를 밀고 있다.

"박스 줍는 것이 무슨 자랑이라고 이름까지 밝히겠어. 다들 입에 풀칠이라도 할라고 억지로 하는데…"

폐지 줍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안전 장비와 노인 일자리 제공 등 다양한 지원책이 시행되고 있으나 정작 고물상에도 이름 남기기를 꺼리는 노인들이 많아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실제 광주시와 각 지자체에서 전수조사를 토대로 지역내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야광조끼 등 안전 장비를 제공하고 있지만 혜택을 받지 못한 노인들이 위험천만한 도로 위를 맨몸으로 다니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9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 한 고물상 앞으로 폐지를 잔뜩 실은 리어카가 쉴 새 없이 오갔다.

추석 연휴 동안 모은 폐지를 팔기 위해 노인들이 손수 리어카를 끌고 모였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도로의 한쪽 차선에 걸쳐 위험하게 오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더운 낮 시간대를 피해 새벽과 저녁에 활동하는 만큼 출퇴근길 교통체증 유발은 물론 야간 사고에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최근 지자체에서 안전 확보를 위해 반사필름이 부착된 안전조끼 등을 배부하고 있지만 이는 전수조사를 통해 확보된 명단에 한해 지원되기 때문에 홍보 미흡이나 이름을 밝히기 꺼려 응답하지 않은 노인들은 이 같은 혜택을 볼 수 없다.

폐지 줍는 노인들의 고단한 삶은 계속 되고 있다. 22일 광주 북구 용봉동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담은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이동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폐지 줍는 이모(80·여)씨는 "우리라고 도로로 가고 싶어서 위험하게 가겠나. 자전거 도로라도 잘된 곳이면 상관없지만 인도가 좁은 곳은 지나갈 수 없어서 부득이하게 차도로 다닌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시와 5개 자치구가 파악한 폐지 수집 노인은 총 607명이다.

구별로는 동구 130명, 서구 65명, 남구 112명, 북구 200명, 광산구 100명이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야광 조끼 등을 제공하거나 폐지수집 대신 재활용품 선별 작업 시 경비를 지원하는 자원재생활동단을 모집했지만 전체 폐지 수집 노인의 13%인 79명만이 참여했으며, 전수조사에 응하지 않는 노인들도 있어 아무런 지원없이 리어카를 끌고 도로에 나서는 이들도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실태조사에서도 미신고 고물상과 납품 노인 추정치 등을 반영해 지난해 광주의 폐지 수집 노인을 1천761명으로 추정했다.

남모(83)씨는 "기존에 받는 지원금을 못 받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전수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생계비에 10만원, 20만원이라도 보태려고 하는건데 대부분 몸이 허락한다면 시간될 때마다 폐지 줍겠다고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폐지 수집 노인들을 대상으로 세부적인 지원 정책 안내를 통해 더욱 구체적인 규모 파악이 선행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대상이다 보니 각 지자체에서도 일자리 사업 참여자 모집이나 지원 내용 안내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인 일자리 사업과 차별화 되는 폐지 수집 노인 연계 사업의 특성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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