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길다고 생각했는데 눈 깜빡할 새 지나갔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푹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었습니다."
닷새간의 추석 연휴 동안 휴식을 취한 시민들이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귀경길에 올랐다.
특히 기차역과 터미널, 공항 등은 이른 아침부터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온종일 북적였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9시께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은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운 날씨에도 배웅 나온 가족들과 함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버스를 기다리는 귀경객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도착 지역별로 번호가 적힌 승차홈 앞에 마련된 좌석은 빈자리 하나 없이 빼곡했다. 앉아 있을 자리가 없어 기둥과 벽면에 등을 기대고 쪼그려 앉아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광주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는 임시 버스 포함 전체 245대가 거의 매진된 상태였다.
캐리어와 반찬이나 과일 등 남은 음식 등을 양손에 쥐고 버스를 기다리던 귀경객들은 버스가 곧 출발한다는 터미널 직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며 작별 인사를 했다. 버스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드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이수현(20·여)씨는 "여름방학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집에도 못 갔는데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집에 와서 힐링했다"며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게 정말 아쉽다. 연휴가 한 달에 한 번씩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날 오전 광주송정역도 수많은 귀경객과 마중 나온 가족으로 붐볐다.
이날 용산행 열차 38개는 모두 일찌감치 매진된 상황이었다.
한 손에는 캐리어를 다른 한 손에는 부모님이 싸준 음식 등을 든 귀경객들의 얼굴에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열차가 들어서자 귀경객들은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한 뒤 열차에 탑승했다. 자녀들을 대신해 캐리어를 실어주고 내리는 부모들도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손을 흔들거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서로의 사진을 촬영하는 이들도 보였다.
4살 딸을 둔 박재희(36·여)씨는 "애 키우느라 평소 연락도 자주 못 했는데 추석 연휴를 맞아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 너무 좋았다"며 "막상 떠나려고 하니 짧은 연휴가 아쉽기만 하다. 다음 연휴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승민(29)씨도 "오랜만에 집에 내려와 푹 쉬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집에만 있었는데도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갑자기 우울해지는 기분이다. 매일매일 쉬는 날이면 좋겠다"고 했다.
광주공항도 연휴 기간을 맞아 제주도를 갔다 온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제주공항에서 광주공항으로 들어오는 운항 편수 13편(대한항공 3편·아시아나 항공 3편·진에어 2편·티웨이항공 4편·제주항공 1편) 모두 예매율 100%를 기록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임성찬(38)씨는 "가족들끼리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보니 연휴 때 여행을 가게 됐다. 눈 감았다 뜨니 다시 광주다"며 "부모님 더 늙기 전에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명절에는 해외로 나갈까 한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