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광주·전남지역은 폭염과 열대야의 장기화 속에 '더 덥고 더 습한' 역대급 더위를 경신 중이다. 이로 인해 최악의 폭염으로 꼽히는 1994년과 2018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장마철 국지적 폭우를 비롯해 빈번해진 폭염과 열대야 등 이전에 쉽게 경험하지 못한 기상이변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야말로 극한기후 시대가 열린 가운데 서장원 광주기상청장을 만나 지역의 기후 변화와 대응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12일 광주 북구 광주기상청 사무실에서 만난 서 기상청장은 가장 먼저 예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기상청의 노력을 강조함과 동시에 기후 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5년간 기상청에 몸 담고 요직을 두루 거쳐 우리나라 기상 특성을 잘 아는 '기상(氣象) 베테랑' 서 기상청장은 "과거에는 여름 한낮에는 무덥다가도 밤이 되면 기온이 떨어지면서 선선해졌으나,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하며 우리나라 부근으로 덥고 습한 남서풍이 평년보다 자주 불어 밤에도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올여름 열대야가 잦은 배경을 설명했다.
또 높은 습도로 인해 체감온도가 올라가는 만큼 광주 시민들이 느낀 무더위는 대구못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서 기상청장의 분석이다.
실제 최근 10년 광주와 대구 여름철 평균기온은 각각 25.4도, 25.6도로 대구가 약간 높지만, 평균 최저기온은 22.0도, 21.6도로 오히려 광주가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높은 습도로 인해 밤에 잘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 최근 10년 여름철 습도 역시 광주는 81.3%인데 대구는 70.5%로 10% 이상 차이가 나고 열대야 일수도 광주 18.1일, 대구 16.7일로 광주가 더 많았다.
지난달 광주·전남 평균 최저기온은 24.1℃로 역대 가장 높았고, 열대야 일수도 평년보다 3배가량 많은 13.1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서 기상청장은 최근 여름철 각종 극값 기록들이 경신되는 이유를 지구온난화를 뛰어넘은 '지구열대화' 현상과 이로 인해 과거보다 더 자주 나타나는 극한 기후 현상 두 가지로 꼽았다.
과거 30년(1912~1940년) 대비 최근 30년(1991~2020년) 우리나라 기온을 비교해보면 1.6℃가 상승했고 10년에 0.2℃씩 상승하고 있는데, 10년에 0.07℃ 상승하는 전 지구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재해·재난과 바로 직결되는 폭염, 열대야, 호우와 같은 극한 기후 현상의 발생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전국적으 시간당 100㎜ 이상의 호우가 8차례나 발생했는데 이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으로 인해 기상예보의 난이도 역시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는 게 서 기상청장의 설명이다.
기상청은 예보 신뢰도를 높이고 기후 재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레이더 영상자료를 학습한 AI 예측 모델을 개발해, 초단기 예보에 적용해 시험 중에 있고, 광주·전남에서는 '호우 긴급재난문자' 직접 발송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기상청이 직접 발송하는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다른 재난문자들과 달리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해 발송돼, 위험 상황이 발생한 해당 지역의 주민들에게만 경고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서 기상청장은 "AI 예측 모델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초단위 예보를 할 수 있도록 예보 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긴급재난문자 등을 통해 시민들이 갑작스러운 이상기후에도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 기상청장은 기후 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위기 심각성에 대한 인식 확산 차원에서 '광주 기후변화 역사서' 발간과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1.5도시'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며 "지역민들도 기후 변화와 탄소중립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적극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서 기상청장은 지난 1998년 기상청에 첫발을 내디디고 기상청 기후과학국 해양기상과장, 대전기상청장, 지진화산국 지진화산정책과장, 대구기상청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광주기상청장에 취임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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