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잊지 않겠습니다."
13일 오후 진도군 팽목항(진도항).
팽목항을 상징하는 빨간 등대로 향하는 길에는 수십개의 노란 깃발이 바람에 좌우로 펄럭였다 .
깃발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알리는 "성역없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깃발과 함께 방파제 하단에 조성된 '기억의 벽'에는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추모글과 그림 등의 타일 4천여장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깃발과 낡고 빛바랜 기억의 벽에 눈길이 사로잡힌 채 걷다 보면 어느 새 노란 리본이 새겨진 거대한 등대 하나가 덩그러니 서서 추모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날 팽목항으로 가는 길녘은 유독 노란 유채꽃 물결이 일렁거렸다.
팽목항 일대를 걷다가 눈시울을 붉히거나, 사고 해역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추모객이 눈에 띄었다.
대전에서 팽목항으로 가족여행을 온 유태영(40·여)씨는 "기억의 벽에 적힌 희생자 친구들의 편지를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며 "아름다운 꽃이 피는 봄이 유가족들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계절일지 감히 짐작도 가지 않는다"고 눈물을 훔쳤다.
대구에서 팽목항을 찾은 임춘배(65)씨는 한동안 등대를 멍하니 쳐다봤다.
임씨는 "등대를 바라보니 '세월호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다시금 생각났다"며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말로는 '잊지말자'고 하는데 비슷한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또 다른 공간인 팽목기억관을 찾은 추모객들은 내부에 차려진 희생자 304명의 영정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기억관 앞 조형물에 추모 문구를 적은 리본을 매달기도 했다.
탁소율(14)양은 "아직도 미수습 시신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애도하고 있으니 유가족들이 힘내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시각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 신항에도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세월호는 옆면이 붉게 녹슬어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함미의 새겨진 선명한 '청해진해운' 마크와 '세월'이라는 글자, 배와 함께 인양한 고철 구조물, 처참한 몰골의 차량은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잭 그린버그(24·캐나다)씨는 "안산에서 희생자 부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기억하는 것, 기록물의 중요성을 알았다"며 "사람들이 참사를 잊지 않는 것은 물론 가족들과 추모객들이 방문하기 쉽도록 선체를 비롯한 기록물들을 잘 보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임수민·차솔빈·최소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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