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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로 묶어 당겼다" 보수 회원, 광주 정율성 흉상 훼손···경찰 조사

입력 2023.10.03. 14:48
정율성 기념사업 철회 요청 받아들여지지 않아 범행
지난 1일 오후 한 보수단체 회원에 의해 광주 양림동 정율성거리에 설치된 정율성 흉상이 훼손됐다. 광주 남구 제공.

보수단체 회원이 광주 양림동 정율성거리에 설치된 정율성 흉상을 고의로 훼손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3일 광주 남구와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재물손괴 혐의로 보수단체 회원 A(5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일 오후 양림동 정율성거리에 설치된 정율성 흉상을 쓰러뜨리고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인근 CCTV를 확인한 결과, 흉상 목 부분에 밧줄을 묶은 A씨가 2.5톤 승합차에 이를 연결한 뒤 쓰러뜨리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한 유튜브 채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달 전 광주시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대로 추진한다고 해 말로 해서는 안되겠다 생각해서 강제로 철거했다"고 했다.

또 "광주에는 순교자와 선교사가 많기 때문에 이런 분들을 더 기념해야 맞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공산주의 전초기지가 돼버렸다"며 "북한 조선인민국 행진곡을 작곡하는 등 우리의 원흉임을 광주 시민들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는 흉상 훼손에 대한 경찰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경찰에는 변호사를 선임한 뒤 향후 조사 일정을 조율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상에서 완전히 분리된 흉상은 바로 옆에서 쓰러진 채로 인근 주민에 의해 다음날 오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 점검에 나선 남구는 안전띠를 둘러 통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했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편, 정율성 흉상은 2009년 4월 중국 광저우시 해주구 청년연합회가 남광주 청년회의소에 기증했다. 남광주 청년회의소는 이를 다시 남구에 기증, 2009년 7월 양림동 정율성로에 설치했다.

정율성은 광주 출신의 항일운동가로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 독립운동을 했으며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 등을 작곡했다. 6·25전쟁 당시에는 중국 인민군을 위해 전선 위문 활동을 한 뒤 중국으로 귀화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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