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특례 개발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풍암저수지(풍암호수) 수질개선 사업에 대해 수위를 낮춰 저수량을 줄이는 당초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구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 일각에서 요구한 '원형보존' 방식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자칫 무리하게 원형보존 방식을 추진하다가는 민원에 의해 변경돼 감사 대상으로 전락하고 100억원에 이르는 '혈세'까지도 낭비한 지산IC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특히 사후 연 수십억원에 이르는 관리비 부담을 두고 또 다른 갈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광주시 "원형보존, 법적으로 불가능"
9일 광주시에 따르면 전날 강기정 시장은 광주중앙공원주민협의체(이하 협의체) 집행부와의 면담에서 "풍암호수 원형보존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풍암호수 수질 개선 전담팀'(TF)이 제시한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지난 3월2일 광주시가 협의체와 면담했을 때는 "주민들의 뜻이 모인다면 원형보존을 원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100여일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에 협의체는 극렬히 반발하고 있지만 광주시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측은 "2019년 TF가 구성돼 수질 관리나 비용 등 전반적으로 고려해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채택해 도시공원위원회 심의까지 통과해 인가 과정만 남겨두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원형보존을 전제로 다각적으로 검토했지만,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광주시 한 관계자는 "법적 리스크를 안고 가다가는 제2의 지산IC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면서 "민원에 의해 사업 내용을 변경해 손해배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원형보존 방식을 위해 매년 30억원가량 세금이 쓰게 된다면 시민들의 날선 비판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덧붙였다.
◆"현금 기부채납 불가"…TF 방안대로 진행
당초 민간 사업자 측은 TF가 제시한 수질개선안을 토대로 시 도시공원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하지만 원형보존을 전제한 방식으로 재심의를 받게 될 경우 10개월 가량의 기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자가 광주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항이다.
이에 대한 우려로 광주시는 풍암저수지 수질 개선 사업과 그 외 사업을 분리하는 방식을 검토했다. 사업자가 수질개선을 위한 비용을 광주시에 현금으로 주면, 광주시가 별도로 수질개선을 진행하는 안이다. 협의체에 제시한 원형보존 검토도 이를 전제로 했다는 게 광주시 입장.
그러나 법률을 검토한 결과, 현물이 아닌 현금으로 기부채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자문을 받았다. 민간공원특례 개발사업 협약서 상 민간사업자는 풍암저수지 수질을 개선(3급수 수준)한 뒤 농어촌공사로부터 매입해 공공 기부채납해야 한다.
◆"매년 수십억 관리비 혈세로 메꿔야 할수도"
'법적 위험'을 감수한다고 해도 차후 막대한 관리비 책임이 불거질 수도 있다. 기계식 처리 장치를 통해 45만톤(t)에 이르는 담수의 수질을 개선할 경우 수백억원에 이르는 초기 투자비는 민간 사업자가 부담한다 쳐도 30억원가량으로 추산되는 관리비는 행정이 책임져야 한다.
다시 말해, 혈세로 저수지 기능을 상실한 저수지를 유지해야 하는 셈이다. 차후 광주시와 서구청 혹은 서구주민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 게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거기에 막대한 에너지 사용으로 위한 '탄소중립' 정책 역행은 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TF 위원으로 참여했던 고준일 전남대 공업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언론사 기고를 통해 "신기술이 적용된 기계식 처리 장치(원형보존)를 검토했으나 수백억 원이 넘는 초기 투자비, 연간 수십억 원의 유지 관리비, 위화감을 일으키는 대규모 기계실, 기후 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에너지 사용 문제 등으로 그 안을 배제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원형보존 주장 측 "단체행동 준비"
다만, 그동안 원형보존을 주장해 온 단체 등을 중심으로 극렬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의 활동이 무위에 돌아갈 수 있다는 불만 또한 적지 않다.
협의체 측은 "수달째 협의회 활동을 해왔는데 갑작스럽게 광주시가 기존 입장을 180도 뒤집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기자회견이나 단체행동 등을 준비해 전면적으로 광주시 규탄에 나서겠다"고 반발했다.
한편, 광주 서구청은 2019년부터 3년 동안 풍암저수지 수질 개선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 풍암저수지 관리 기관, 환경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TF를 운영해 수질개선안을 도출했다. 호수 바닥을 매립해 수심을 2.84m에서 1.5m가량으로 낮추고 담수량을 34만톤에서 16만톤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대신 지하수를 활용해 내부 순환 자연 습지를 조성한다. 수질개선 관리비로는 연 3억원 이내로 추산된다.
풍암저수지는 1956년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축조된 후 풍암동 택지개발 등이 이뤄지면서 도심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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