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부금 1조7천억원이 증발하면 교육 현장은 마비됩니다.”
정부가 54년간 유지해 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교육 현장은 학생 수 감소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재정 긴축이 교육의 질적 저하로 직결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직업계고와 농어촌 소규모 학교, 특수학교 등 재정적 배려가 필수적인 현장에서는 줄어드는 예산이 곧 학생들의 배움과 자립 기회 박탈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정부 개편안으로 내년도 지역 교육 예산에서 1조7천억 여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존 법정 비율로면 2조원의 교부금이 늘어나야 하나 새로운 개편안이 적용되면 2천억원 수준에 불과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쓰여야할 재정이 사실상 축소돼 학생들의 교육 기회가 오히려 더 축소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예산감축으로 인한 실습 기회 축소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A교사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학생들의 실습과 프로젝트 수업이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기술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학생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개발 환경과 도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서버, 클라우드, 개발 소프트웨어, 실습 기자재 등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재정이 줄어들면 이러한 실습 환경을 새롭게 구축하거나 최신화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직업교육에서는 실습 횟수가 숙련도와 직결된다. 예산 10%를 줄이는 것이 단순히 돈 10%를 줄이는 게 아니라 취업 전에 학생이 기술을 익힐 기회를 줄이는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도농 복합지역인 광주특별시의 소규모 농어촌 학교들도 ‘학생수와 비례하지 않는 고정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농어촌지역 초등학교 B교장은 “학생이 50명에서 35명으로 줄어도 학교 건물이 30%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급식실도 그대로 운영해야 하고, 냉난방·소방·전기·정화조·통신시설도 모두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B교장은 “학생 수는 줄었는데 고정비는 거의 그대로다. 오히려 물가 때문에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결국 학교가 줄일 수 있는 것은 체험학습, 문화예술교육, 방과후 프로그램 같은 학생 교육활동비다”면서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농촌 학생이 도시 학생보다 적은 교육기회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비 유지와 반복 훈련이 생명인 특수학교의 사정도 심각하다.

나주지역 특수학교 관계자 C씨는 “특수학교는 학생 수가 줄었다고 비용이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곳이 아니다”며 “휠체어리프트와 승강기, 통학차량, 직업교육실, 보조공학기기 같은 시설과 장비는 학생이 몇 명 줄었다고 없앨 수 없다”고 설명했다.
C씨는 “특히 우리 학생들은 직업기능 하나를 익히는 데 반복훈련이 중요하다. 예산이 줄면 바리스타나 제과제빵, 포장·조립 같은 실습을 열 번 반복해야 할 학생이 다섯 번만 해보고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면서 “결국 돈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학생이 자립기능을 익힐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같은 현장의 우려에 광주특별시교육청은 교부금 급감에 대비해 필수적인 학교 기본운영비와 냉난방비, 방과후학교, 기초학력 보장 예산만큼은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최우선으로 지킨다는 구상이다. 다만 교부금 개편안이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향후 세입 여건에 따라 구체적인 예산 편성과 집행 방향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광주특별시교육청 관계자는 “전체 예산 가운데 교원 인건비와 법정·의무지출 등 필수 경상경비를 제외하면 자체적으로 조정 가능한 재량적 예산은 전체의 10~20% 내외에 불과하다”며 “재정운용의 경직성이 높은 만큼 교직원 연수나 학교 교실 리모델링 등 교육환경 개선사업이 우선적인 재정 조정 대상이 되거나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기관 시설사업을 중단하고 부서별 경상경비를 깎는 극단적인 지출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으나, 거대한 재정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고 토로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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