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쓰레기 처리 시설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주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소통 구조와 광역 차원의 정책 대안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모아진다.
악취 관리와 선제 대응을 강화해 주민 불안을 줄이고, 시설 운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와 더불어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 광역 단위 통합 시스템, 문화·복지 기능을 결합한 복합시설 조성이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핵심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주민의 삶과 안전, 최우선 과제로
최낙선 시민생활환경회의 상임이사는 광주에서 이어지고 있는 쓰레기 처리 시설 갈등의 뿌리를 주민 불신에서 찾았다. 최 상임이사는 "남구 양과동 SRF 시설 사태는 법과 절차만 앞세운 행정 방식과 과거 상무소각장의 부정적 기억이 겹치면서 불거진 결과"라며 "SRF 연료화 과정에서 관급봉투를 해체하고 선별하는 단계에서 심각한 냄새가 발생한다. 유덕동 음식물자원화시설도 과거 같은 문제를 겪었지만, 시설을 밀폐하고 악취를 포집·소각하는 체계를 갖추면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이 '법적 기준치 이하'라는 논리만 내세우면 주민 불만이나 불편을 해소할 수 없다. 기준치 이하라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설비와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산구 삼도동 소각장 건립과 관련해서는 행정의 잘못된 소통 방식을 지적했다. 최 상임이사는 "삼도동은 행정 절차상 부지가 적합하다고 해도 주민과 충분히 대화하지 않으면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법적 경계선 바깥에 사는 주민도 피해를 우려하는데, '법적으로 문제없다'라는 태도로는 설득이 불가능하다. 주민·전문가·행정이 함께 토론하고 질의응답 할 수 있는 공개적 소통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보상과 복지시설 확충을 제안했다. 최 상임이사는 "부동산 가치 하락과 지역 혐오 정서는 반복된다. 결국 광주시 전체가 짐을 나눠서 져야 한다"며 "설계 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반영하고, 함께 누릴 수 있는 복지·편익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부도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법 개정이나 기준 정비를 통해 중재자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주민의 삶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어떤 인프라도 환영받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광주·전남 맞춤 전략과 광역 통합 체계 필요
고무일 한국폴리텍대학 전남캠퍼스 에너지설비자동화과 교수는 쓰레기 처리 갈등의 본질을 안전성 문제보다 과거 환경 피해 경험, 부족한 소통 그리고 2030년 직매립 금지라는 시간적 압박이 겹친 결과로 진단했다. 고 교수는 "질소산화물 배출은 10PPM 이하로 관리돼 법적 기준의 ¼ 수준이고, 다이옥신 배출은 0.001ng-TEQ/㎥로 기준치의 1%에 불과하다. 이는 담배 한 개비에서 나오는 농도보다 낮다"며 "배출물은 24시간 자동 측정돼 공개되고, 장기 건강영향 조사에서도 특별한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수치로 설명해도 주민 불신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행정은 단순한 기술 홍보를 넘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실시간 배출 정보 공개와 독립 감시기구 운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고 교수는 "폐수 배출을 24시간 감시하는 원격감시체계(TMS)처럼 소각장도 시민이 웹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운영자와 행정은 비표결 참여자로 두고, 주민·전문가·의료인·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모델로 운영해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는 편익시설 결합을 꼽았다. 고 교수는 일본 오사카 마이시마 소각장, 도쿄 무사시노 클린센터, 독일 빈 슈피텔라우 소각장 등을 예로 들며 "외관을 지역 문화와 연계해 디자인하고, 내부에 도서관·체육관·환경체험관 등을 조성하면 혐오시설 이미지를 줄이고 주민들이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광역 차원의 통합 체계 구축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현재는 시군별로 폐기물 처리시설이 분산돼 있어 비효율적이다. 광주·전남이 공동 활용할 광역 단위 시설과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며 "주민 참여를 보장하고, 폐열을 복지와 연결하는 등 지역사회와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차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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