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거세지는 폭염의 위협 속에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도심 속 그늘 문제를 다룬 무등일보 기획 보도 ‘폭염 재난 시대, 햇볕 피할 권리’와 관련, 전남광주 지역에서 그늘막·가로수 등을 확대하고, 부실하게 운영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는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섰고, 시민단체와 학계도 도심 그늘 인프라 확충에 뜻을 모았다.
22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특별시의회는 ‘그늘권 보장 조례’(가칭)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원종 시의회 기후환경에너지위원장은 본보 기획 보도(9월 3일자 1면 등 참고) 취지에 깊게 공감한다며 조례 제정 입장을 밝혔다. 지금 있는 ‘폭염 및 도시열섬현상 대응 조례’ 등을 개정하는 수준으로는 그늘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현재는 초안 작성 단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의회는 조례안에 ▲시민의 ‘그늘권’을 도시 기본 원칙 중 하나로 명시 ▲그늘막 설치 시 고령자·노약자·어린이 등 폭염 취약계층 밀집 지역 우선 검토 ▲그늘막 상태에 대한 정기적 점검 의무화 ▲가로수를 핵심 그늘 인프라로 지정하고, 중장기 신규 식재 계획 수립 등 폭염 상황에서 시민들이 충분한 그늘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는다는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그늘권, 노약자 밀집 지역에 대한 우선 그늘 도입과 중장기적 가로수 심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따로 조례를 제정하는 방향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기후환경위원회와 집행부 검토를 거쳐 법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회 내 연구모임에서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서영미(조국혁신당·비례) 시의원이 주도하는 ‘기후적응도시 정책 연구회’는 공식 출범을 앞두고 그늘권을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특히 고령층이 밀집한 보행약자 지역일수록 그늘이 적은 이른바 ‘그늘 불평등’ 현상을 고발한 본보의 지적에 대해 깊이 들여다볼 계획이다.
환경단체의 정책 입안 요구도 이어졌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논평을 내고 “그늘권은 막연한 구호가 아닌, 도심에 실제로 존재해야 할 인프라의 문제”라고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여름마다 폭염 대책을 이야기하기면서 정작 폭염을 막아줄 나무는 베어져 나간다”며 “나무를 지키는 일과 그늘을 보장하는 일은 결국 같은 문제다. 실효성 있는 가로수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또 본보가 광주환경운동연합과 추진하는 ‘가로수 2천500여 그루 그늘·수관 전수 조사’ 협업 관련, 서울대학교 연구팀에서 데이터 공유와 연구 협력을 제안해 왔다. 서울대 연구팀은 “언론 보도가 민간단체의 조사로 이어지고, 또 조사에서 나온 데이터를 행정에 공유하는 흐름은 서울에서는 아직 찾기 어려운 모습”이라고 제안 배경을 밝혔다.
앞서 본보는 ‘폭염 재난 시대, 햇볕 피할 권리’ 기획 보도를 통해 폭염이 재난이 된 시대에 도심 속 그늘은 단순한 조경이나 복지가 아니라 보행자의 생존과 직결된 필수 안전 인프라이자 기본권이라는 점을 짚었다. 특히 보행과 대중교통 의존도가 높은 고령자 등이 밀집한 단독주택·다세대 등 노후주택가가 ‘그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을 고발했다. 또 도시의 섬처럼 취급받는 산업단지에도 그늘 정책이 비껴가고 있는 실태를 밝혀냈다. 또 도시의 자연그늘 역할을 하는 가로수가 개발 논리 속에 무분별하게 벌목되고, 또 민원에 의한 과한 가지치기로 그늘막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는 문제 또한 지적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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