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기꺼이 배경이 된 이들에게 박수를

김현주 기자
업데이트 2026.09.27. 14:00

“전남광주가 빛날 수 있다면 배경이 되어도 좋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광주비엔날레 개막 무렵 지역 미술계의 시선은 단순한 축하보다는 경계와 우려에 가까웠다.

국제 행사로서의 위상 정립 과정에서 ‘지역 예술인의 참여 기회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로 지역사회 내에서는 지역 작가들의 아쉬움을 담은 목소리가 나왔다.

지역 미술계가 느끼는 소외감과 행사의 국제 경쟁력 확보라는 목표 사이에서 갈등의 양상은 매번 되풀이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올해 광주의 거리에서 목격되는 풍경은 놀라울 만큼 달라졌다. 비판과 불만 대신, ‘어떻게 하면 비엔날레를 찾은 외지인과 세계인들에게 광주 미술의 진면목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발적 움직임이 도시 곳곳을 채우고 있다.

동구 예술의 거리에서 펼쳐지는 ‘아트스트릿페어’는 비엔날레를 찾은 관람객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원도심으로 유인하고 있고, 양림동 일대에서 펼쳐지는 ‘양림골목비엔날레’는 골목길 전체를 하나의 입체적인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어디 그뿐인가. 작가들이 자신의 가장 사적인 공간인 작업실 문을 연 ‘오픈 스튜디오’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는 등 비엔날레 본전시 못지않은 깊은 울림과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 모든 움직임의 공통점은 하나다. 광주 작가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이 아닌, 비엔날레라는 대형 무대를 빛내주는 ‘배경’을 기꺼이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들을 일방적으로 전시 라인업에 넣어달라고 떼쓰는 대신, 광주 전체가 미술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도록 가장 밑바닥에서 판을 깔아주는 ‘더 큰 품’을 보여주고 있다.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명품 조연이 있을 때 비로소 영화가 완벽해지듯, 세계적인 미술 축제 역시 지역 문화 생태계라는 든든한 토양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본전시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 작가들의 작업실과 골목길마다 예술의 온기를 채워 넣는 광주 작가들의 유쾌한 헌신.

주연의 욕심을 내려놓고 축제의 배경이 되어주기를 마다하지 않는 광주 예술가들의 이 성숙한 여유와 품격이야말로, 올해 광주비엔날레가 거둔 가장 값진 성과이자 전남광주가 진정한 ‘예술의 도시’임을 증명하는 증거다. 오늘도, 묵묵히 배경이 되어주고 있을 지역 예술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김현주 취재3본부 부장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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