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와 반도체는 공통점이 많다. 석유는 20세기 산업문명을 움직인 동력이자 국가의 산업력과 군사력을 좌우했다. 반도체는 AI, 데이터센터, 로봇, 방산 등 산업 전반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 자원이다. 두 자원 모두 공급망이 흔들리면 전세계 산업망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어, 단순한 상품을 넘어 경제안보의 자산이다.
1947년 진공관시대를 끝낸 트랜지스터 발명을 계기로 반도체 기술은 집적회로와 미세공정 등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했다. 반도체는 인공지능과 디지털경제를 움직이는 국가 전략자산으로 평가받는다. 반도체 경쟁의 무대도 기술에서 전력과 용수, 산업용지, 인재를 아우르는 거대한 생태계 구축으로 확대됐다.
석유가 과거외교와 자원전쟁의 판도를 바꿨듯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 기술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심에는 항상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반도체는 지하에서 캐내는 광물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가장 값비싼 산업자원 가운데 하나다. 그것은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거대한 팹안에서 24시간 만들어진다.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인 팹을 건설하는 과정은 현대산업시설 가운데 가장 복잡하고 정밀한 건축·설비 프로젝트 중 하나다. 완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현재 반도체 패권은 기술만의 싸움이 아니다. 전력, 인재, 용수, 산업생태계 등을 결합해야만 반도체 시대의 산유국이 된다. 전남광주는 군공항부지, 재생에너지와 전력인프라, AI산업 등 21세기 새로운 유전으로 자리매김할 요건은 갖추고 있다.
삼성과 SK의 800조 규모 투자 발표는 전남광주가 반도체 유전을 만들 기회를 열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 발표가 현실화되기까지에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21세기에는 어느 지역이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산업생태계를 갖추느냐가 경쟁력을 가른다. 전남광주앞에 놓인 800조원 기회도 마찬가지이다. 유전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력, 물, 장비, 소재, 인재, 기술, 자본을 한 곳에 어떻게 묶느냐가 관건이다. 이러한 조건이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나라와 지역이 반도체 시대 산유국이 된다. 석유는 땅속에 묻혀있지만 반도체는 사람이 만들어낸다.
이용규 교육행정총괄국장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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