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년을 기다려온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 논란이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목포대와 순천대가 후보 대학 선정을 놓고 오랜 기간 줄다리기를 벌인 데 이어, 어렵게 순천대 한 곳을 추천하기로 결론이 났음에도 이제는 평가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전남 국립의대 신설은 애초부터 대학을 위한 사업이 아니었다. 전남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개선하고, 지역민들이 큰 질병에 걸렸을 때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으로 치료를 받으러 떠나야 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도민들의 숙원이었다.
목포대와 순천대는 후보 대학 선정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각 대학이 자신들의 당위성과 경쟁력을 주장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이 장기화하면서 의대 신설이라는 공익적 목표보다 대학의 이해관계가 앞서는 듯한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조율 과정에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순천대에 대학병원, 목포대에 의대 캠퍼스와 대학본부를 두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순천대의 거부로 또 좌초됐다.
지역 의료체계를 책임질 병원 보다 대학의 조직과 권한, 캠퍼스의 위치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된 셈이다.
의대가 들어온다고 해서 지역에 대규모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의대 하나가 지역 인구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것도 아니다. 물론 대학과 지역경제에 일정한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국립의대 신설의 본질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의 변화다.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가. 중증·응급의료를 지역에서 감당할 수 있는가. 필수의료 인력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가. 소아·산부인과 등 기피 분야의 의료공백을 줄일 수 있는가. 고령화가 심각한 전남의 의료 수요를 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가.
결국 국립의대 신설의 성패는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느냐가 아닐까.
그런데 정작 대학들은 ‘어디에 의대를 둘 것인가’를 놓고 싸우고, 평가 결과가 나오자 공정성 논란을 벌이며 다시 갈등을 키우고 있다. 물론 평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공정성과 투명성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의대 신설의 주인은 대학이 아니라 도민이라는 사실이다.
36년 만에 찾아온 기회가 또다시 대학 간 이권 다툼으로 끝난다면 도민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양 대학이 경쟁을 멈추고 당초 사업 추진의 이유였던 ‘도민 의료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머리를 맞대길 기대한다.
이정민 취재1본부 차장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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