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북중미 월드컵을 보며 분노하지 않은 국민은 없을 것이다. 단순히 성적 부진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표팀 운영은 왜 그렇게 허술했는지, 감독 선임은 왜 공정하지 않았는지, 대한축구협회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방치했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국회는 지난달 30일 청문회를 열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본 것은 청문회가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 가까운 질의였다.
한 국회의원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를 향해 “왜 졌습니까”라고 물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승패의 이유를 모르는 국민이 있어서 청문회가 열린 것인가. 축구는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스포츠다. 경기 결과 하나를 따지자고 국회가 청문회를 여는 것은 아니다.
국회 청문회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공적 영역의 책임을 묻는 자리다. 감독 선임 과정은 적법했는지, 협회의 의사결정 구조는 투명했는지, 특정 인맥이나 사조직이 축구 행정을 좌우한 것은 아닌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를 따져야 한다. 국민이 알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런 내용이었다.
하지만 일부 질의는 본질과 한참 동떨어져 있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수개월 동안 준비한 청문회에서 던질 질문이라고 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시간을 허비한 것은 물론이고, 정작 확인해야 할 핵심 쟁점들을 묻을 위험까지 낳았다.
청문회는 국민을 대신해 권력을 감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다. 그런데 준비되지 않은 질의와 보여주기식 발언이 이어지면 국민은 “도대체 왜 청문회를 했느냐”는 허탈감만 갖게 된다.
물론 모든 의원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재정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청문회 도중 “축구대표팀 성적 부진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모인 자리”라고 선을 그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발언이었다.
국민은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면죄부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감정적인 질책만 쏟아내는 정치쇼도 바라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철저한 검증과 냉정한 분석이다.
국회의 수준은 질문에서 드러난다. 좋은 질문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제도를 바꾸며, 국민의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를 이끌어야 할 국회 역시 달라져야 한다. 국민이 원한 것은 “왜 졌습니까”라는 한마디가 아니라 “왜 이런 구조가 반복됐습니까”라는 질문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정민 취재1본부 차장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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