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촉법소년 연령 하향, 이게 최선일까

한경국 기자
업데이트 2026.07.14. 16:28

최근 소년범죄가 지능화·흉포화되면서 촉법소년 연령을 1년 낮추자는 논의가 뜨겁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어리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얻는 관행을 깨야 한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라는 기계적 잣대만 조정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일까. 최근 ‘광주일고-배재고 사건’은 우리에게 새로운 실마리를 던져준다.

당시 배재고 학생들은 역사적 무지로 공분을 샀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6개월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얼버무리지 않고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주목할 지점은 그다음이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들이 진심으로 반성하며 피해 학생들을 찾아가 눈물로 용서를 구했고, 결국 용서를 받아냈다.

지금의 촉법소년 제도는 피해자의 용서 과정은 생략된 채, 법이 먼저 가해자에게 경미한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해 버린다. 법이 먼저 가해자를 용서하는 꼴이 되니, 피해자는 안중에 없고 가해자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며 사죄할 기회조차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핵심은 법의 엄정한 처벌 이전에 피해자와의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질 통로를 만드는 것이다. 배재고 사례처럼 가해자가 잘못을 직시하고 피해자에게 사죄하며, 피해자가 그 변화를 수용할 때 비로소 사회적 통합이 가능하다고 본다. 법은 단죄의 도구임과 동시에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보루여야 한다. 따라서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자의 용서 과정이 사법 절차 안에서 선행돼야 한다.

학생들의 잘못을 법의 이름으로 서둘러 재단하고 엄벌로만 다스리는 것은 쉬운 길이다. 진정한 배움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피해자의 고통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법의 성급한 판단이 아니라, 피해자의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을 제도적으로 담아내는 일이다. 처벌은 회피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가되, 그 무게를 견디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되고 가해자가 새사람으로 거듭날 기회를 열어둬야 한다.

법이 먼저 면죄부를 주기보다 피해자의 용서가 선행될 때 비로소 처벌도, 성찰도 의미를 갖는다. 피해자가 건넨 용서 속에서 가해자가 진정으로 참회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촉법소년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허점을 메우고 우리가 갈구하는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길 아닐까.

한경국 취재3본부 부장대우 hkk42@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

약수터 주요뉴스
댓글0
0/300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