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각각 400조원씩, 총 8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거점을 조성하겠다는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지역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지역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수도권으로 떠났고, 기업은 인재가 부족하다며 투자를 망설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만명에 이르는 직접·간접 고용효과는 물론 협력업체와 연구기관까지 집적되는 거대한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만 들어선다고 도시의 미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일자리만 보고 이주하지 않는다. 어디에서 생활하고, 가족을 키우며, 여가를 보내고,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를 함께 따진다. 첨단기업이 들어오는 도시라면 그에 걸맞은 정주여건 역시 갖춰져야 한다.
전남광주지역에는 아직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 하나 없다. 순천에서 오는 2028년 입점이 예정됐지만 광주권과 서남권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인구와 생활권을 감안하면 추가 입점도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
프리미엄 아울렛도 없다. 수도권이나 부산, 대전 등에서는 당연하게 누리는 쇼핑·문화 인프라가 이곳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결국 시민들은 쇼핑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소비 역시 지역 밖으로 빠져나간다.
산업이 성장하면 소비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소비가 가능한 도시가 돼야 지역에서 번 돈이 다시 지역에서 순환하는 경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추진되는 대형 프로젝트들은 반갑다.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에는 더현대가 조성되고 있고, 광주신세계는 유스퀘어 일대 대규모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어등산 관광단지에서는 스타필드 조성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각각의 사업은 단순한 쇼핑시설이 아니라 문화와 관광, 여가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복합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도체 산업과 이 같은 생활 인프라가 결합될 때 비로소 지역은 ‘살고 싶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이번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과 맞물려 지역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다.
반도체는 도시를 성장시키는 엔진이다. 하지만 그 엔진이 제대로 달리려면 도시 전체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
이정민 취재1본부 차장 ljm7da@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