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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최민석 입력 2026.01.08. 15:13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삶은 사라짐과 잊혀짐의 연속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세상의 풍경과 일상의 모습들은 생경하다. 익숙하고 정겨웠던 것들이 어느새 보기 힘들어지는가 하면 손에 잡혔던 도구들이 쓸모없어지기도 한다.

디지털화의 극단적 진전과 속도와 효율을 매개로 한 갖가지 기기들이 등장하면서 사라지는 것들은 많아진다. 사라지는 것은 도구나 물건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도 남은 생을 다하면 사라진다.

보기 힘들어도 잊혀지지 않는 것도 많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제 역할을 하는 것들도 많다.

유럽 유틀란도 반도에 자리한 덴마크가 400년 넘게 이어온 편지 배달 서비스를 공식 종료한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웨덴과 덴마크 우편 서비스를 담당하는 합작회사 포스트노르드는 지난달 30일부로 덴마크 전역에서 편지 배달을 중단하고 거리의 빨간색 우체통 1천500여개를 철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디지컬화된 국가로 꼽힌다. 온라인 뱅킹과 병원 진료 예약, 정부 고지 수령 등은 국가 디지털 시스템 '미트아이디(MitID)'로 대체된다. 빨간 우체통과 함께 가장 흔했던 도구는 공중전화다.

1980∼90년대만 해도 대학 캠퍼스에서는 삐삐에 찍힌 전화번호로 통화 연결을 위해 줄을 섰던 대학생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공중전화는 휴대폰 보급 확산 등으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개인 통신기기의 대명사였던 '삐삐'는 아직도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가스 배달부나 인턴 혹은 레지던트 등 수련의를 중심으로 아직도 활용되고 있다. 특정 세대도 나이가 들수록 같은 시대를 산 이들도 사라진다. 최근 타계한 배우 이순재나 안성기 등도 이같은 예다.

그러나 이들은 사라지긴 해도 잊혀지지는 않는다. 그들이 출연했던 드라마나 영화 등 작품을 통해 기억에 저장된다. 지난 6일 타계 30주년을 맞은 가수 김광석도 그렇다.

내몸처럼 곁에 있던 것들이 사라지는 현실 속에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들에 대해 적응해야 하는 것도 우리들의 몫이다. 미국 명장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노병은 사라질 뿐 결코 죽지 않는다는 말처럼 새해에도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해야 할 이유다.

최민석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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