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지 11일째. 전체 희생자 179명 중 177명이 발인을 마치고 영면에 들었다.
참사 희생자들은 사고 이튿날인 지난달 30일부터 수습을 마치고 유족에게 인도돼 차례로 장례를 치렀다.
지난 3일 10명의 발인식을 시작으로 4일에는 12명, 5일에는 22명, 6일에는 37명, 7일에는 80명, 8일에는 16명 등 177명의 발인이 진행됐다.
나머지 희생자 2명은 오는 9일 전남 한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이 엄수될 것으로 전해진다.
상상하지도 못할 사태에 유가족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이웃들도 마음이 아픈데,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이 있지만, 현장의 아픔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이건 그들에게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슬픔을 나눠도 나눠도 줄어들지 않을만큼 아픔이 크기 때문에.
이를 지켜보는 이들 중에는 트라우마에 빠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참사로 인한 우울감이 계속되는가 하면 비행기만 봐도 울렁거림 등을 느낀다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참사 이후 생각이 많아져 우울하고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다" "내 지인 사고를 접한 이후 잠을 못 자고 있다.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배를 못 타고 이태원 참사 이후 사람이 많으면 과호흡이 왔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로 비행기도 무서워졌다"는 등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온 지역은 슬픔에 빠졌다. 하루아침에 지워질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침통해 하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방법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아픔들을 버티고 견뎌달라고는 말하고 싶다.
면도날을 무디게 하는 것은 수염이라고 한다. 수염은 면도날보다 강도가 50배나 낮다. 면도날보다 강도가 압도적으로 낮기 때문에 수염은 잘리는 것이다.
하지만 면도날은 결국 무뎌진다. 금속 면도날에 다이아몬드코팅을 해도 쓰다보면 무뎌지고 교체된다.
하루하루를 버텼으면 한다.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처에 힘들겠지만, 남은 가족과 이웃들을 떠올리며 견뎌주길 바란다.
그렇게 하루를 깎아내며 견디고 살아가면 우리 안의 아픔도 무뎌지는 날이 찾아 오지 않을까. 부디 그렇게 되길 바란다.
한경국 취재2본부 차장 hkk42@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