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우리나라는 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은 지 24년 만의 국가적 경사다. 그런데 노벨위원회는 한국 출신 수상자를 3명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한국 출신의 첫 번째 수상자는 1987년, 83세의 나이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찰스 J. 피더슨이다.
찰스 피더슨은 1904년 대한제국 경상남도 동래군(현 부산광역시)에서 태어났다. 8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국제학교를 다니다 1922년에 미국 데이턴 대학교에 학부 유학을 간 이후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MIT 공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미국 듀폰사의 잭슨 연구소에서 42년간 연구에 전념하다가 '크라운 에테르'라는 유기화합물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피더슨은 박사 학위 없는 최초의 노벨화학상 수상자이기도 했다.
수상 당시 피더슨의 국적은 미국이었지만, 노벨위원회는 출생지 기준으로 그를 한국 출신으로 분류한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의 국적이 아니라 출생지와 소속기관, 수상 이유 등을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다. 이는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이 남긴 '후보자의 국적을 고려하지 말고 상을 주라'는 유지에 따른 것이다.
피터슨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엄연히 미국 국적을 받은 미국인이고,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 혈통도 아니며, 한국어조차 전혀 익히지 않아 한국을 특별하게 기억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어렸을 땐 한국을 일본 영토로 인식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한국을 떠난 후 한국으로 돌아오거나 한국을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피터슨은 노벨위원회 기준으로는 한국 출생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지만, 우리나라는 '한국인 수상자'로 인정하지 않아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고 인식하지 않는다.
평화상과 문학상에서 수상자를 배출했으니, 세 번째 수상자는 기초과학에서 배출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노벨상 과학 분야 후보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매번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를 두고 한국이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보다 기초과학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과학 분야에서만 노벨상 수상자를 20명 이상 배출했고, 중국도 2015년 첫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선정태 취재1본부 부장 wordflow@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