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을 하고, 가치관을 통제하려는 회사는 떠나요."
조용한 사직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직장에서 자신이 맡은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라는 의미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말이다. 이 표현에 모두 익숙한 건 아니었지만 20~30대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는 말이다. 워라밸은 확실하게 지키되 업무시간에는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에 치열한 삶을 사는 이들이다.
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지난 2022년 9월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직장인 재직기간 보고서에 따르면 1946~1965년생의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한 직장에서 재직하는 기간의 평균이 약 10년인 반면, MZ세대는 2.8년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회사의 이직률도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회사를 떠나려고 할까?
MZ세대는 개인의 가치와 삶의 질을 중시하며, 전통적인 조직 문화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불합리한 업무 지시나 무리한 야근, 본인 업무를 자신에게 떠밀거나 능력 밖의 일을 강요하는 '갑질' 문화는 이들이 견디기 어려운 요소 중 하나다.
MZ세대가 회사의 갑질에 민감한 이유는 그들의 가치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만을 목표로 삼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직장에서의 행복과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 이러한 가치관은 그들이 불합리한 대우나 부당한 권위에 맞서게 만든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저항은 조직 내 갈등만 초래하고 퇴사를 결정하게 한다.
MZ세대에게 갑질은 더 이상 묵인하거나 참아내야 할 문제가 아닌, 그들이 개선을 요구하거나 회사를 떠나게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직장에서 자신을 소모하고 있거나 '갑질'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이들은 미련 없이 떠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단순한 복지 혜택을 넘어선 그들에 대한 존중과 공정한 대우를 해주는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 말이다.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언젠가 인재 유출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종찬 취재3본부 차장대우 jck41511@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