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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올림픽과 기후위기

@김혜진 입력 2024.08.01. 19:35
김혜진 취재3본부 차장

파리올림픽은 개막 전부터 말이 많았다. 파리올림픽 조직위가 탄소배출 목표치를 190만톤으로 정하고 골판지 침대를 사용하는가 하면 숙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으면서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의 여름은 에어컨 없이 지내기란 몹시도 어렵다. 파리의 여름 기온은 35도를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체감기온 40도. 작년 여름, 프랑스에서 더위로 사망한 사람만도 5천명에 다다른다.

선수 컨디션 조절이 어려우면 그나마 다행이다. 온열질환으로 심각하게는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올림픽으로 회자되는 2020 도쿄올림픽은 34도의 기온에 70%에 가까운 습도가 더해지며 선수 100명당 1명꼴로 온열질환을 겪었다. 양궁경기장에서는 러시아 선수가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실신하기도 했다.

이에 조직위는 한발 물러나 참가국이 에어컨을 설치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영국, 미국 등 8개국은 휴대용 에어컨을 구입했으나 선수단 규모가 작거나 예산 여유가 없는 나라에게 에어컨은 그림의 떡이다.

100년 전의 파리올림픽과 비교해 올림픽 기간 파리 평균 기온은 3.1도 올랐다. 하계올림픽 130여년 역사상 이제는 가을에 대회를 진행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하계올림픽 뿐만 아니라 동계올림픽도 최근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전 지구의 평균온도가 오르면서 설원을 찾기 어려워졌다. 동계올림픽은 1924년 처음 개최됐는데 이때만 해도 개최지 2월 낮 평균 기온이 0.4도 정도였으나 1990년대부터 2022년 개최지 2월 낮 평균 온도는 6.3도를 기록했다. 이때문에 1980년부터 인공눈을 도입하기 시작해 2014 소치와 2018 평창은 대부분의 경기장을 인공눈으로 채웠으며 2022 베이징은 모든 경기장에서 인공눈을 사용했다. 이대로라면 동계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지역이 없어질 수 있다. 인공눈으로 경기장을 만들 수 있다지만 이에 대한 막대한 비용과 화학물 첨가로 인한 생태계 혼란, 선수 안전 문제 등 위험 부담이 크다.

100년을 넘어선 올림픽 역사,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지친 일상에 잠깐의 활력을 선사하는 지구촌 축제의 100년 뒤 모습은 어떨까.

김혜진 취재3본부 차장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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