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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7년 동거한 '롱패딩' 안녕할 때

@김종찬 입력 2023.12.06. 18:08

날씨가 겨울 문턱을 넘었다는 생각이 채 들기도 전부터 밤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영하권 날씨'라는 기상캐스터의 말에 11월 중순부터 장롱 한켠에서 비닐에 쌓인 채 꽁꽁 숨어있던 내 입사 동기 '롱패딩'을 꺼냈다.

기자 생활 1년차 때 '현장 나갈 일 많고 밖에서 대기해야하는 상황도 많으니까 패딩 구입하려면 롱패딩으로 사'라는 선배들의 조언에 큰맘 먹고 구매했던 패딩이 벌써 7년째 나와 함께 하고 있다.

함께 한 세월이 길어서인지, 한창(?)시절 밖에서 많이 '굴러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패딩 곳곳이 헤졌다. 때문에 올 겨울에 새것으로 하나 장만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올해는 '숏패딩'이 대세라는 블로그를 보고 새삼 놀랐다.

요새 패딩은 '생존템(생존에 필요한 아이템)'이 아니라고 한다. 요새 MZ는 패딩을 구매할 때도 패션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얼죽숏(얼어 죽어도 숏패딩)'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 것이다. 알록달록하고 광택감이 있는 숏패딩을 구매하기 위한 구매 대란도 일어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색감뿐만 아니라 길이도 다양하고 목에 닿는 퍼를 떼고 붙일 수 있는 패딩도 있다.

언뜻 밖에서 보면 거금을 주고 산 패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추위 그대로를 온몸으로 맞서 싸우는 듯한 패딩 등 저게 추위를 막아줄 수 있을까? 하는 옷들도 있다. 하지만 인기가 높기는 높나보다.

한 중앙언론에서 숏패딩 구매 집계한 자료를 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2주 동안 전년 대비 20% 이상 매출이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23%가 늘었다고 한다. 현대백화점도 전년 대비 22.6%의 매출이 증가했다. 3사 백화점에서 모두 숏패딩의 매출이 증가한 것이다.

백화점 외에도 스포츠 의류, 여성 의류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템이 숏패딩이다.

필자도 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을 열심히 보고 있지만 가격은 롱패딩이나 숏패딩이나 비슷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더 추워지기 전 내 몸 전체를 바람으로부터 막아줄 롱패딩이 나을까. 늦었지만 유행을 따라가기 위한 숏패딩을 구매해야 하나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2월이 다 가기 전까지 내 고민의 답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어찌됐든 나와 7년간 동거한 롱패딩은 이제 보내줘야 할 것 같다. 고마웠다 그동안.

김종찬 취재1본부 차장대우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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