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약수터) 메세나

@김혜진 입력 2023.03.28. 18:19

메세나(Mecenat)는 기업이 문화 예술을 지원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메세나라는 단어는 로마 제국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인들을 지원했던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이케나스(Gaius Clinius Maecenas)의 이름에서 기원한다. 마이케나스라는 이름이 프랑스로 넘어가며 메세나라는 단어로 굳어졌는데, 이를 1967년 미국 기업예술후원회가 발족하며 처음 사용하면서 기업의 예술 후원 활동을 일컫는 말이 됐다.

메세나 활동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르네상스 시대를 일으킨 메디치 가문이 있다. 피렌체의 부유층 가문이었던 메디치 가문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후원하는 등 350년 동안 문화예술을 후원하며 역작과 거장이 탄생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는 메세나가 1990년대 들어 공식화됐다.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진 까닭이다. 1994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를 중심으로 기업이 힘을 모아 사단법인 한국메세나협회를 발족했다. 2022년 현재 220여개 기업이 회원사로 있으며 일회성 후원이 아닌 장기적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를 넘어 전국에 메세나 정신을 꽃피게 한 대표적 인물로는 단연 하정웅 선생이 손꼽힌다. 하 선생은 재일 한국인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인 부모 아래 태어났다. 가난과 멸시, 핍박 아래 자란 그는 20대 중반, 전자제품 판매점을 하면서 큰 돈을 벌게 된다. 이후 부동산 사업까지 성공한 그는 그저 성공한 기업인으로 남지 않았다. 같은 정서를 나눈 재일작가와 도일작가들을 돕고 강제징용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재일 작가를 돕기 위해 구입한 작품은 이후 미술관을 지어놓고도 소장품 문제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광주로 오게 됐다. 1993년 시작돼 2018년까지 기증은 8차례간 이어졌고 2천점이 넘는 작품이 시립미술관 품으로 안겼다.

그는 기증에 아무런 조건도 붙이지 않았다. 계속되는 광주시의 물음에 단 한 가지만 당부했을 뿐이다. '지역의 젊은 작가들을 지원해달라'. 그렇게 2001년 시작한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이 올해 23번째 전시를 갖는다. 광주 뿐만 아니라 대구, 부산, 전북의 젊은 작가들이다. 올해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운영되는 전시인만큼 더욱 즐겁게, 치열하게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지금의 이우환을 있게 한 것처럼 하 선생의 메세나가 비춘 빛이 널리 퍼져나갈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김혜진 취재2본부 차장 hj@mdilbo.com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댓글0
0/300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