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2029년 11월 22일, 광주 군공항 부지에 들어선 반도체 공장 두 기가 준공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형 팹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2028년 4월 첫 삽을 뜬 지 불과 20개월 만이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속도다. 장비 설치와 시운전을 거쳐 내년 5월이면 본격적인 메모리반도체 양산 체제에 들어간다.
준공식장에 선 사람들은 3년 전을 떠올렸다. 2026년 6월, 정부가 광주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부지는 군공항이었다. 군 시설을 옮겨야 했고, 미군과 협의해야 했으며, 국가산단을 지정해야 했다.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과 용수도 해결해야 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의 순차적 행정으로는 시간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군공항이 완전히 이전된 뒤 산업단지를 만들고, 그다음 공장을 짓는 방식이 아니라 관련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이른바 ‘전격전’을 택했다. 절차를 생략하는 속도전이 아니라 절차를 병렬로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2026년 7월 광주 군공항 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이 발표됐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군공항 이전과 국가산단 조성, 전력과 용수, 기업투자를 하나의 일정표 위에 올렸다. 2027년 3월에는 무안공항이 재개항하고 새로운 군 비행장 건설 준비가 시작됐다. 같은 해 6월 국가산단 지정이 완료됐다. 통상 몇 년씩 걸리던 절차를 관계부처가 동시에 검토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전력과 물이었다. 전력망과 송·변전시설 확충, 안정적인 발전원 확보가 추진됐고, 동복댐의 공급능력 확대와 다른 수계의 물을 끌어오는 워터그리드, 공업용수 재이용시설도 함께 추진됐다. 반도체 공장은 건물만 완성한다고 돌아가는 시설이 아니다. 전기와 물이 들어오지 않으면 거대한 빈 상자에 불과하다. 그래서 공장 건축과 전력·용수 시설을 하나의 공정처럼 묶었다.
군공항 전체 이전도 기다리지 않았다. 군 작전과 충돌하지 않는 구역부터 단계적으로 반환하고 선행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탄약고 이전 예정부지와 주변지역을 먼저 정비해 2027년 9월부터 토목공사에 들어갔다. 2028년 2월에는 군 비행훈련 기능의 타 기지 분산배치가 조기 마무리되고 미군 관할 부지 사용 협의도 끝났다. 그해 4월 먼저 사용할 수 있게 된 부지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한 기씩 팹 건설에 착수했다.
공사는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24시간 3교대로 현장이 돌아갔다. 설계와 시공, 기반시설과 공장건설, 행정절차와 기업투자가 동시에 진행됐다. 중앙정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LH, 군, 기업이 각자의 일정이 아니라 하나의 준공일을 바라봤다. 그렇게 20개월이 지난 어제 두 개의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읽고 있는 이 기사는 아직 현실의 뉴스가 아니다. 2026년의 우리가 미리 써보는 2029년 11월 23일자 신문이다.
이 기사가 실제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정부는 부처별 칸막이를 없애고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군공항 이전, 국가산단, 전력, 용수, 교통을 하나의 국가 프로젝트로 관리해야 한다. 2026년에는 전체 마스터플랜과 부지 선행사용 계획을 확정하고, 2027년에는 국가산단 지정과 기반시설을 본격화하며, 2028년에는 반드시 공장 착공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중앙정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행정에서 벗어나 부지와 기반시설, 인재와 정주환경까지 포함한 마스터플랜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광주송정역, 상무지구, 기존 산업단지와의 연계까지 포함한 큰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반도체 경쟁은 공장 경쟁만이 아니라 인재가 어디에서 살 것인가를 둘러싼 도시 경쟁이기 때문이다.
기업도 국가와 지역의 약속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투자 시기와 규모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정치권과 지방의회는 필요한 제도와 예산을 뒷받침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환경과 안전, 재정을 철저히 살피되 지역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결정에는 힘을 보태야 한다.
반도체 공장만 들어선다고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거와 교육, 문화, 녹지, 교통이 함께 준비돼야 인재와 젊은이가 머무는 도시가 된다. 결국 공장만 짓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
2029년 11월 22일의 준공식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미래는 어느 날 갑자기 도착하지 않는다. 오늘 결정하고, 오늘 준비하고, 지금 첫 삽을 뜨는 만큼 가까워진다. 전격전의 시작은 말이 아니라 결단과 행동이고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예측된 문제는 더 이상 핑계가 될 수 없다. 군 공항도, 미군과의 협의도, 전력과 용수도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과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문제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문제를 일정표 안에 넣어 하나씩 해결하는 일이다.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을 기어코 현실로 만들었을 때 후대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말한다.
2029년 11월 22일, 광주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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