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칼럼] 이제 사법절차에서도 민생을 챙길 때

김정희
업데이트 2026.08.19. 14:44
김정희(변호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났다. 한솥밥을 먹어온 사람들끼리 치른 경선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날카롭게 대립하고, 치열하게 싸웠으며, 때로는 저급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후보들 사이에 이견 없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검수완박, 즉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이었다. 민주당이 주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지난 7월 31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오는 10월 2일부터는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래 78년을 이어온 검찰청이 문을 닫는다. 사건을 재판에 넘기는 일(기소)과 재판진행을 맡는 공소청과, 중대범죄만 수사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새로 들어선다. 검찰개혁의 이름으로 추진돼 온 오랜 논의가 마침내 현실이 된 셈이다. 개정법의 핵심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다. 쉽게 말해 경찰이 수사해 넘긴 사건에 빈틈이 있을 때, 검사가 직접 그 빈틈을 채우던 권한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앞으로 검사는 직접 수사할 수 없고, 경찰에 “이 부분을 더 조사해 달라”고 요구만 할 수 있다. 정치검찰의 폐해, 입맛에 맞는 사건만 골라 하는 선택적 수사, 특정인을 겨냥한 표적수사를 우리는 지겹도록 봐 왔다. 그런 병폐를 끊어내겠다는 방향 자체를 탓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제 검찰을 수사권이 없고 경찰은 수사 능력과 의지가 없다는 조소가 들린다. 일선 경찰서 수사부서는 일이 많고 어렵다는 이유로 다들 피하는 자리가 된 지 오래다. 경험 많은 베테랑은 빠져나가고,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젊은 수사관이 사건을 떠안는다. 사기, 횡령, 배임처럼 민법과 여러 특별법을 함께 알아야 풀리는 재산범죄 사건 수사는 표류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 공부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사지연에 보완수사도 한 몫한다. 지금도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사건이 오가는 데 서너 달은 기본이다. 범행 장소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정도의 간단한 일조차 다시 서너 달을 떠돈다. 그사이 피해자는 지쳐가고 증거는 흐려진다.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공간은 넓어지고,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활개 치는 모습을 지켜보며 좌절한다.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제도 논쟁이 아니라, 내 사건을 제때 들여다봐 줄 사람이다.

정의의 여신 디케는 눈을 가린 채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저울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판단을, 칼은 그 판단을 실제로 관철해 내는 힘을 상징한다. 저울만 있고 칼이 없다면, 혹은 그 칼이 부러져 있다면 정의는 선언에 그칠 뿐 현실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지금 우리 수사 시스템이 꼭 그런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은 저울 쪽에만 무게를 얹었다. 수사권 남용을 막는 데는 공을 들였지만, 수사의 칼날을 벼리는 일, 사건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렸다.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정치권을 겨누어 온 날카로운 칼이 못내 불편해, 그 불편함을 없애려고 수사의 칼날을 부터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의심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뼈아프다. 수사의 칼날이 무뎌져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쪽은 다름 아닌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그리고 범죄 집단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 의혹에서 벗어나는 길은 해명이 아니라 제도 보완이다. 말이 아니라 경찰 수사 역량을 실질적으로 키우고 지연과 부실을 막을 장치를 마련해 제도로 증명해야 한다. 사법개혁의 성패는 구호를 관철했는지가 아니라, ‘억울한 피해자’와 ‘부당한 대우를 받는 피의자’를 함께 줄였는지로 평가받는다. 민주당이 검수완박이라는 구호 안에서 하나로 뭉쳤듯, 이제는 그 구호가 남긴 현장의 숙제를 함께 풀어내는 데도 뜻을 모으길 바란다. 사법 민생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7월 말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새로운 사법시스템의 완성이 아니라 출발일 뿐이다. 이제는 정치적 구호를 넘어, 신속한 절차와 날카로운 수사를 위해 제도의 칼날을 벼리는 실무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 방향은 이렇다. 먼저 한직으로 밀려나는 경찰 수사부서를 핵심 부서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인사와 보수, 교육 체계를 손봐서 우수한 인력이 수사부서로 모이도록 해야 하고, 일선 수사관 곁에는 법률전문가를 배치해 복잡한 사건에서도 막힘없이 판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다음으로 커진 경찰의 수사권을 견제할 장치도 함께 갖춰야 한다. 사건이 얼마나 지연되고 있는지 수사가 외부의 입김에 흔들리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드러낼 수 있는 관리 체계를 만들고, 처리를 미루거나 부실하게 다룬 경우에는 책임을 묻는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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