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광주, 한국과 태국의 오늘을 잇다

김혜진 기자
업데이트 2026.05.17. 15:41
갤러리 김냇과 기획전 ‘Paint it Real’ 내달 6일까지
청년 작가 6인 참여해
자국 사회 마주한 현실
다양한 회화적 언어로
풀어 내며 '시대 기록'
박성완 작 ‘구도청 분수대’

오월 광주에서 한국과 태국의 청년 작가들이 민주주의와 기억, 재난과 저항의 감각을 각자의 회화 언어로 풀어내는 전시가 펼쳐져 눈길을 끈다.

갤러리 김냇과가 기획전 ‘Paint it Real’을 지난 15일 오픈, 내달 6일까지 이어간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김냇과와 태국 방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플랜삼렛 갤러리 & 크레이이티브 스페이스와의 협업으로 이뤄졌으며 오월미술제 참여전시로 펼쳐진다. 태국과 한국, 방콕과 광주를 잇는 이 협업은 아시아의 서로 다른 장소들이 각자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민주주의와 현실의 문제를 감각해왔는지 되묻는 계기가 된다.

와나 완라양쿤 작 ‘Docile Body’

특히 전시를 5·18주간에 맞춰 진행해, 광주의 역사적 장소성을 바탕으로 한국 근현대사 속 미해결된 기억부터 오늘날 태국 사회의 민주화 현실까지를 조우시키며 아시아 사회가 마주한 현실을 회화로 환기시킨다.

전시에 참여하는 한국과 태국의 청년 작가 6인은 자국 사회가 마주한 민주주의의 현재, 사회적 현실에 대해 회화로 이야기한다. 6인의 작가는 태국의 와나 완라양쿤·아르진조나단 아르진킷과 한국의 김동우·박성완·서주은·안진석이다.

와나 완라양쿤은 최근 태국에 불어닥치고 있는 민주화의 열기와 거리의 움직임을 직접 목격하고 이를 기록, 확산하려는 작가이다. 그는 자칫 뉴스 이미지나 정치적 구호로 고정될 수 있는 거리의 운동을 얼굴, 몸짓, 충돌, 분노, 열망 등으로 화폭에 담아 태국 사회의 오늘날 변화 순간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안진석 작 ‘소화Ⅲ’

아르진조나단 아르진킷은 태국의 자연 풍경과 자신이 마주한 현실을 추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직접적 서사보다 감각으로 시대를 마주하게 하는 작업이다. 그에게 자연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시대의 압력과 개인의 감각이 응축된 장소이다.

박성완은 한국 근현대사 속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역사적 사실과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사실주의를 기반으로 장면을 묘사하면서 역사적 사건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감각과 전달되지 못한 진실 등을 보여준다.

서주은은 새나 다른 동물의 머리를 인간에게 씌워 은밀히 모의하는 듯한 장면을 그린다. 우화적이고 기묘한 그의 작업은 인간이 아닌 얼굴을 한 인간들, 혹은 인간처럼 행동하는 동물적 존재들을 통해 오늘의 현실이 얼마나 가식적으로 연출된 것인지를 은유한다.

안진석은 폐허가 된 사고 현장 속 소방관들에게 우스꽝스러운 파티 모자를 씌워 강렬한 대비를 만든다. 재난의 현장과 축제의 이미지가 기묘하게 만나는 그의 작업은 비극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와 현장에 몸을 던지는 이들의 현실을 동시에 환기한다.

아르진조나단 아르진킷 작 ‘무제’

김동우는 명확한 사건을 직접적으로 서술하기보다 부재 이후 남겨진 이미지를 통해 사건의 잔상과 그 이후의 침묵을 붙잡아둔다. 그는 현실이 언제나 선명한 장면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워진 흔적과 불확실한 기억의 형태로도 지속됨을 전한다.

최아람 갤러리 김냇과 대표는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 ‘왜 광주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광주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국가 폭력과 시민의 저항, 기억과 진실의 문제가 가장 선명하게 새겨진 장소”라며 “5·18은 과거의 사건으로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아시아 곳곳에서 반복되고 변주되는 민주주의 문제와 여전히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광주이기 때문에 가능하고 동시에 광주에서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

공연/전시 주요뉴스
댓글1
0/300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