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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지만 민초들의 간절함 보였죠"

입력 2024.08.12. 16:53
'김준호 돌부처 드로잉전'
20~26일 갤러리 관선재
운주사 불상·탑 담은 작품
김준호 작 '운주사 분신불'

"크고 유명한 불상 보다는 투박하지만 민초들의 신앙심과 소망이 간절하게 담긴 불상이나 탑을 그렸지요. 조형미는 떨어질지 모르나 그 간절함이 크게 다가오더라구요."

오는 20일 궁동 예술의 거리에 자리한 갤러리 관선재에서 23번째 개인전 '돌부처 드로잉'을 갖는 김준호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돌부처와 소나무를 드로잉한 것들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제작한 신작 50여점이다. 주로 콩테로 그렸던 것을 이번에는 먹을 사용해 그린 것이 특징이다.

김 화백은 "드로잉이 쉬운 것 같아도 종이와 연필의 궁합을 맞춰야 완성도 있는 드로잉이 완성되는데 이번에는 먹을 처음으로 사용해봤다"며 "화선지에 먹을 사용하면 먹이 너무 번져 수채화 종이를 사용했고 붓은 양모가 아닌 유화에 사용되는 돼지털 붓을 사용해 특유의 느낌을 살렸다"고 말했다.

김준호 작 '운주사 불두'

그가 운주사 불상을 찾게 된건 1990년대이다. 1986년 발병한 대장암으로 인해 생업과 작품 활동을 접고 5년 동안 항암에 전념할 때였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읽고서 운주사의 특별함에 말 그대로 '꽂히게' 됐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불상이며 탑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단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이같은 운주사의 모습에 반해 그는 운전면허를 취득, 운주사를 수시로 다니며 경내 곳곳의 불상과 탑 등을 현장에서 그렸다.

김준호 작 '운주사 거지오층석탑'

김 화백은 "종교적 이념으로 접근했다면 조형적으로 타고난 조각들에 심취했을 테지만 나는 아니다"며 "조각에 담긴 우리 민초들의 간절함이 완성도나 조형미 보다 내게는 중요했고 더욱 와닿았다"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드로잉에는 운주사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와불은 찾아볼 수 없다. 윗부분이 깨져있는 '불두' 조각이나 돌덩이를 다듬지 않고 그대로 얹어 만든 '거지탑' 등이 주인공이다.

당시 큰 병을 이겨냈던 그이기에 이같은 민초들의 마음이 더욱 크게 다가왔을 테다. 30여년이 지나 여든 중반을 넘긴 지금은 언제까지 가능할 지 모르는 회화작업에 대한 소중함과 간절함이 투박한 불상에 투영됐다.

"제 회화의 특징은 남도의 서양화 화풍과는 달리 한국적 서정을 표현한 것에 있습니다. 이번 드로잉 또한 먹의 사용이나 소재 표현에서 이같은 특징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당시 민초들이 간절함으로 불상과 탑을 남겼던 것처럼 저 또한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를 회화에 대한 열정과 간절함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전시는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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