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명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수많은 소음 속에서 태고의 고요함을 잃어버렸음을 의미해요. 하지만 귀가 좋지 않은 제 이야기이기도 해요. 침묵 속 춤은제게 침묵 속 몸부림이나 다름 없죠. 최근의 시간 동안 몸부림하며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운림산방의 화맥을 5대째 이어오고 있는 허진(전남대 교수)작가가 서울 신촌에 위치한 대형 문화공간인 아트레온의 아트레온 갤러리에서 21일부터 내달 14일까지 개인전 '왈츠 포 사일런스-나의 몸짓은 너의 침묵을 가리고'를 갖는다.
이번 개인전은 지난 5월 전시에 이은 34번째 개인전으로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연작과 '유목동물+인간-문명' 연작을 선보인다. 가장 작게는 80호부터 크게는 200호까지 대작 중심으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갤러리 지하 1층부터 2층까지를 20여점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그는 작품에서도 그같은 성향을 보인다. 한지를 바탕으로 수묵채색과 아크릴을 사용한 그의 작품은 여백보다는 가득 채워진 화면이 특징적이다.
허 작가는 "한국화는 여백을 중시하는데 이는 이야기를 함축한다는 의미에서 시와 같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화면을 가득 채우길 좋아하는 것은 내가 어릴 적부터 끼고 살았던 영화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넋두리가 가득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추억했다.
40여년 동안 그가 탐미한 주제는 '인간에 대한 탐구'다. 인간에 대한 탐구는 자연스럽게 자연과 인간의 관계로까지 확장됐다. 이번에 선보이는 연작 또한 생태계 균형을 교란하는 물질 문명, 야생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상을 화려하게 풀어놓는다.
작가는 그림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화면에는 함축과 암시가 가득 채워진다. 바탕을 가득 채운 점 또한 한국화의 여백을 확장시킨 그만의 여백이다.
그는 "전통을 무시하면 안된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러나 나는 또 전통에 매여 있지 않으려 노력한다"며 "전통과 현대의 균형을 이뤄야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실험을 펼쳐왔다. 이를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 또 사유의 폭이 확장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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