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서남권(전남광주) 반도체 투자가 기업들의 생존과 실리를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야권 일각에서 용수와 전력 공급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모든 분야에서 제반 여건이 좋아 완공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주민수용성이 관건으로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정하는지에 따라 사업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성진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2일 무등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서남권을 선택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친환경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풍부한 에너지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전남광주는 원전 6기(약 6GW)의 안정적인 기저부하와 더불어 8~9GW에 달하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여기에 2GW의 화력까지 완벽한 에너지 믹스를 갖춘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전남·광주의 원전·재생에너지·화력 발전량 중 지역 내 자체 소비량은 약 5GW에 불과하다. 남는 전력은 모두 수도권으로 올려보내고 있다. 하지만, 송전선로(계통망)가 부족해 정부가 되레 2031년까지 호남 지역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즉, 현재 호남 지역은 전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쓸 기업이 없다보니, 생산 가능한 전력도 활용하지 않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김 이사장은 “지금 있는 전력만 가지고도 (반도체 팹을 포함해) 지역 내에서 전부 쓰고 소비할 수 있다”며 “정부가 수십조원을 들여 수도권 송전용 HVDC(초고압직류송전) 해저 케이블을 깔 필요 없이, 전력 생산지인 전남광주에 공장을 짓는 것이 기업과 국가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했다. 재생에너지가 많아 전력망이 불안하다는 지적 역시 계통 안정화·유연화 시설 투자로 해결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지속적으로 보완책을 설계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더군다나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2030년을 기점으로 친환경 전력 사용(RE100)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협상권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야 하는 반도체 칩 제조사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주축인 전남광주가 유리한 입지일 수밖에 없다. 최근 전력거래소와 삼성전자가 ‘친환경 에너지 사용 전력 사용 인증’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이사장은 “갈수록 RE100 요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삼성전자 같은 경우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구입 중”이라며 “대기업들이 왜 전남광주를 택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전남광주 반도체 투자를 단행한 이유는 전력 못잖게 ‘속도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김 이사장은 “부지는 전남광주가 저렴한 데다 인력은 기업이 투자하면 오게 돼 있다”면서 “산업용수의 경우에도 갈수록 높아지는 물 재이용과 도시 하수처리장 방류수 등을 사용해 신규 취수량은 전체의 10~20%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수용성도 강점이다. 아무리 좋은 입지와 계획이 있어도 주민이 반대하면 공장을 짓기 쉽지 않다. 현재 수도권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계통망 구축과 용수 관로 확보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 문제 부딪혀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그 같은 이유다. 전남광주는 대규모 수용이 필요 없는 저렴한 부지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반도체 팹 2기 가동도 가능한 장성 변전소가 내년 9월 준공된다.
다만, 추가적인 용수·전력·부지 공급을 위해서는 주민수용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김 이사장의 말이다.

김 이사장은 “사막에서도 반도체 공장을 짓는 시대에 물리적 제약은 기술과 투자로 해결하면 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주민 갈등”이라며 “지자체가 역할을 다하고 지역 주민들이 손발 벗고 나서서 주민 수용성만 확실히 보여준다면 훨씬 빠르게 착공하고 완공까지도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