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밤은 특별하다.
은은하게 퍼지는 항구의 불빛 사이로 실려오는 갯내음, 바다 위에 섬을 그리듯 따라 이어지는 오색등은 잔잔한 별빛같은 낭만을 전한다. 북항에서 유달산, 고하도까지 하늘을 점점이 수놓은 해상케이블카 너머 금빛 낙조를 마주할때면 잠시 시간이 멈춘다. 그렇게 깊어가는 목포의 밤, 경쾌한 음악과 함께 춤추는 바다분수는 모두를 들썩이게 한다.
여느 바닷가 도시처럼 휘황찬란한 불빛들은 아니지만, 어둠속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목포의 야경은 진솔한 대화같아 여유롭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어도 좋다. 마음속 쌓인 찌꺼기를 훌훌 털어내고 싶다면 목포로 떠나자. 바다를 향한 마음이 커져가는 초여름, 낭만항구 목포의 밤을 즐겨보자.
◆유달산 노적봉에서 근대로의 시간여행
항구도시 목포의 아름다운 밤의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목포야경시티투어'가 제격이다.
지난 2015년 KTX개통과 함께 선보인 것으로 목포역에서 출발해 유달산, 스카이워크, 산정동교회, 갓바위, 삼학도, 고하도, 춤추는 바다분수를 돌아 다시 목포역으로 오는 코스다. 다채로운 목포의 야경을 한번에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목포역에서 출발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유달산이다.
유달산의 또 다른 이름은 '영달산'으로 영혼이 거쳐 가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노령산맥의 큰 줄기가 무안반도 남단에 이르러 마지막 용솟음을 한 곳, 유달산은 면적140㏊, 높이 228.3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노령산맥의 맨 마지막 봉우리이자 다도해로 이어지는 서남단의 땅 끝인 산이다.
경치가 좋은 대학루, 달성각, 유선각, 소요정 등의 많은 정자가 자리하고 있으며, 가수 이난영 '목포의 눈물' 기념비, 우리나라 최초의 야외 조각공원 등 볼거리가 많고 2.7㎞의 유달산 일주도로는 목포 시가지와 다도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야경시티투어' 버스는 충무공 이순신의 얼이 깃든 노적봉에 잠시 멈춰 선다.
노적봉은 정유재란 때 명량대첩 승리 후 전열을 재정비하는 동안 이순신 장군이 봉우리를 볏짚으로 덮어 군량미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고 새벽 바닷물에 백토를 풀어 밥짓는 쌀뜨물처럼 만들어 왜군을 물러나게 한 곳이다.
첫번째 코스인 이곳에 올라서면 어슴푸레하게 밤으로 향하는 목포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근대문화역사를 품은 개항도시를 바라보고 있으면 100년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 하다. 밤을 준비하듯 저 멀리서 불이 하나둘 켜지고 서서히 어둠이 깔리면 어느덧 마음속 추억의 공간이 되살아난다.
◆낙조가 아름다운 대반동 스카이워크
두번째 코스는 유달유원지에 자리한 대반동 스카이워크다.
신안비치호텔에서 목포해양대학교 사이 약 300m 정도 구간의 모래사장과 일대 거리를 일컫는 유달유원지는 지난 2012년 학의 모습을 형상화한 목포대교가 건립된 뒤, 해상 위로 지나가는 목포해상케이블카와 함께 고하도의 야간조명,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되면서 감성가득한 곳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가장 중심에 있는 스카이워크는 새단장을 마치고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기존 스카이워크 구간에 직선부 31m를 확장해 총 85m로 늘렸으며 양쪽 좌우로 22m씩 연장해 배 닻 모양을 형상화했다. 바다를 좀 더 가까이에서 운치있게 즐길 수 있다.
주변 해역 항만건설과 해변 남측 부지매립, 배후지 조성 등으로 해변이 잠식되고 모래가 유실돼 자갈화가 진행됐던 스카이워크 아래 해변은 모래를 보강하고 수중방파제와 계단블록을 조성했다. 다시 모래사장의 모습을 되찾은 이곳은 최근 맨발걷기 명소가 됐다.
이곳은 일몰에 찾아 낙조를 즐겨야 한다.
스카이워크나 모래사장에 서서 바로 건너 하나둘 불이 켜지는 고하도, 학을 닮은 목포대교와 그 너머 바다 건너 영암과 해남, 하늘위를 둥둥 떠다니는 해상케이블카 그리고 뒷편 이제야 제 모습을 드러내는 유달산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곳에 붉은 낙조가 드리우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특히 유달산의 기암괴석은 이채롭다. 이 때문에 목포에 오면 유달산을 두 번 만나야 한다. 유달산에 올라 산아래 풍경을 마주했다면, 그 품을 벗어나 오롯이 유달산의 비경을 감상하는 것도 필수코스다.
◆가톨릭 성지 산정동 교회
일몰의 감동을 품고 향하는 곳은 가톨릭 성지, 산정동이다.
이곳은 천주교 광주대교구의 모태인 교구청과 호남지역 최초 성당인 산정동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평신도 사도직 단체인 레지오마리애의 한국 최초 도입지로서 각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광주·전남 지역 가톨릭교회의 시발점이자 선교 활동 구심점이었다. 사랑의 의료봉사시설로 사용된 옛 대교구청 건물은 2012년 10월 17일 그 가치를 인정받아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513호로 지정됐다.
산정동 가는 길목에 즐기는 해안 드라이브도 추천코스다. 대반동 뒤편, 유달산을 돌아 어둠이 내린 바다와 반짝이는 북항의 밤풍경을 멀리서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해도 좋다.
◆자연이 빚은 조각품 갓바위
천연기념물 제500호로 지정된 갓바위는 두 사람이 나란히 삿갓을 쓰고 서 있는 모습의 바위로 약 8천만년전 화산재가 굳어진 용결응회암이다.
큰 갓의 형태를 하고 있는 입암산 바위에 석양의 마지막 빛을 바위에 쏟는 정경으로 슬픈 전설의 중바위와 그 뒤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입암산 그리고 영산강의 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노을빛을 연출한다.
독특한 형태가 형성된 이유는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곳에 위치해 암석 표면에 파도가 치거나 안개가 끼면 염분을 함유한 물에 젖었다가 마르기를 수없이 되풀이하고 수분에 녹아있던 실리카성분이 침전되면서 용해된 부분은 조직이 이완되고 강도가 낮아져 모자모양의 경질부와 아래쪽이 움푹 패인 벌집 모양의 풍화혈이 형성됐다. 삿갓이 동남쪽을 향한 것은 햇볕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갓바위는 인위적인 요인이 배제된 자연이 만들어낸 조각품으로 다른 지역 풍화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희귀성을 가지고 있어 흥미롭고 아름다운 자연학습장이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나가야만 볼 수 있었던 갓바위는 해상에서 직접 조망할 수 있는 보행교를 바다위에 설치해 더욱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아주 먼 옛날 성실한 청년이 병든 아버지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부잣집 머슴살이에 나섰지만 한 달 만에 집에 오니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 병간호를 못한 것을 한탄하며 양지바른 곳에 아버지를 모시려다 그만 실수로 관을 바다에 빠트리고 말았다. 자신의 불효를 통회하던 청년은 하늘을 바라볼 수 없다며 갓을 쓰고 그 자리를 지키다 죽었다는 전설이다.
갓바위 인근 문화타운은 목포 문화예술의 중심 지역이며 전시공간 밀집지역이다.
민둥머리 암석이 눈길을 끄는 입암산 밑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문화예술회관, 자연사박물관, 향토문화관, 남농기념관등이 모여 있어서 하루종일 이곳에서 문화예술의 향기에 빠져 하루를 보내도 좋을듯 싶다. 또 저녁노을에 물든 바다와 입암산의 절벽에 반사되는 노을빛이 아름다운 곳으로 밤이면 화려한 야경이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고하도 해상데크
총 연장 1천818m로 전체구간이 해상에 위치하여, 고하도 해안 자연절경인 해식애와 목포 해안을 동시에 조망하고 1940년대 태평양전쟁 준비를 위한 해안동굴도 관람 가능하다.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바다와 기암괴석의 유달산, 다도해의 관문 목포항 그리고 야경명소인 목포대교를 전망으로 바다 위를 걷는 듯한 해안데크를 따라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해안절경을 바다와 육지에서 동시에 감상이 가능한 가족 및 연인들의 힐링 명소다.
고하도는 목포 앞바다에 길게 늘어서 있는 섬으로 마치 용 한 마리가 금세 바다로 질주하려는 듯 비상하는 형국 같다. 바위와 숲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어 주민이 살고 있지 않는 무인도처럼 보이나 섬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서서 섬을 내려다보면 고하도의 지형은 타원형의 소쿠리 모양을 하고 있다. 가늘고 긴 산자락이 섬을 에워싸듯 울타리처럼 늘어서 있고, 그 안쪽 구릉에 산과 들, 갯벌이 펼쳐져 있다.
등산로 곳곳에는 유달산과 삼학도, 목포대교 등 목포항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호젓한 숲길을 걸으면 마음과 정신의 힐링의 공간이 된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장군이 이끈 조선수군은 진도 앞바다 명량대첩에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전력상 매우 열세인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순신은 좀 더 안전하고 후일을 기약할 수 있는 수군진영의 마련을 위해 여러 곳을 물색하였다. 그 중 지리적 위치가 가장 좋은 고하도에 진을 쳤는데, 이순신은 난중일기에 고하도에 대해서 "서북풍을 막음직하고, 전선을 감추기에 아주 적합하다, 섬 안을 둘러보니 지형이 대단히 좋으므로 머물 것을 작정했다"고 기록했다.
고하도 진지에 머무는 동안 전선, 군량미 확보로 각종 해전을 승리의 밑바탕이 되었으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고 후세에 전하기 위해 1722년 이순신의 5세손인 이봉상이 건립한 이충무공기념비가 있다.
◆평화광장 춤추는 바다분수
'목포야경시티투어'의 대미는 평화광장 '춤추는 바다분수'가 장식한다.
지난 2010년 설치된 '춤추는 바다분수'는 목포를 대표하는 관광콘텐츠다.
평화광장 앞 바다에 수반길이 150m, 높이13.5m, 최대 분사 높이 70m의 세계 최초 초대형 부유식 바다음악분수다. 목포항을 형상화한 부채꼴 모양의 후면 노즐과 삼학도를 상징한 원형의 노즐 3개, 항구도시 목포를 상징하는 상부의 조형물까지 87개의 회전노즐, 202개의 에어노즐, 289개 LED조명, 16대의 무빙 라이트 조명이 어우러져 다이나믹한 무대가 펼쳐진다.
도심 속 해변공원 잔잔한 바다 위, 워터스크린에 감미로운 선율과 화려한 빛, 거대한 물줄기로 환상적인 공연을 선사한다. 이야기가 있는 레이저쇼, 관람객과 함께하는 사연, 프로포즈 등 이벤트도 다채롭다.
지난 2010년 설치된 춤추는 바다분수는 설비 노후화와 콘텐츠 부족 등으로 대대적인 개선에 들어갔다.
사업비 85억원을 투입해 기존 낡은 분수 시설물을 철거하고 부력체 내구성을 강화하는 한편 최신기술을 접목한 수중펌프와 움직이는 분사노즐의 수량을 증가시켜 분수의 춤사위를 더욱 부드럽고 섬세하게 한다.
분수의 높이를 기존보다 더 증가시키고 LED조명, 레이저, 빔프로젝터, 무빙라이트 등 공연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추가 설치해 웅장함과 화려함을 돋보이게 했다.
육상에는 컬러레이저를 설치해 해수면을 도화지 삼아 그림이 그려지고 바다분수 맞은편에 새롭게 선보이는 원형 전광판은 평화광장 어느 위치에서든지 음악분수의 공연 정보를 관광객 등에게 전달한다.
춤추는 바다분수는 봄(4∼5월), 가을(9∼11월)에는 화·수·목·일요일 하루 2회(저녁 8시, 8시 30분) 운영된다. 금·토요일에는 하루 3회(저녁 8시, 8시 30분, 9시) 공연이 펼쳐진다.
여름철(6∼8월)에는 공연을 좀 더 늘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3회(저녁 8시, 8시 30분, 9시) 열린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많이 찾는 목포해상W쇼도 볼거리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불꽃쇼와 명품 뮤지컬 공연으로 눈을 뗄수 없다. 올해는 4월 개막공연에 이어 5월 두번째 무대가 펼쳐졌으며, 여름 성수기인 7월에는 북항 노을공원에서 특별공연을 한다.
평화광장에서는 오는 9월 올해 마지막 공연이 열린다. 기존에 설치한 춤추는 바다분수에 불꽃놀이, 드론쇼, 뮤지컬 등의 공연을 결합한 것으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누적 관객 수가 80만 명에 달한다.
한편 '목포야경시티투어'는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운영되며 4~5월과 9~11월은 오후 7시에 출발하고, 해가 길어지는 6~8월은 출발시간이 오후 7시30분으로 조금 늦춰진다.
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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