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재고 야구부의 ‘5·18 조롱 응원’ 논란이 대통령 직속 기관 고위 공직자의 ‘5·18 성역화’ 발언으로 번지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가 공개 경고에 나섰지만 당사자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정치권은 물론 지역사회 반발도 커지고 있다.
5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표현의 자유 그리고 야구 응원 구호’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표현의 자유는 틀리고 거짓된 말도 사회가 허용해야 하는 기본권”이라며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응원 구호 논란과 관련해 “부적절했다면 비판하면 되지만 발언을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의 부인”이라며 “이 발언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기본권의 부정은 광주 민주화운동이 추구했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앞서 이 부위원장은 지난 2일에도 같은 사안을 두고 “5·18이 성역이 됐다”, “대한민국보다 김일성 사진이 나온 신문이 비에 젖는 것을 보고 울부짖는 북한의 모습”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었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즉각 선을 그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 부위원장의 게시글은 혐오와 조롱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거부 기조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정부 소속 기관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엄중 경고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치권 공방도 이어졌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18은 민주주의의 성역이 맞다”고 반박했고, 김남국 의원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역사를 희화화하는 행위까지 표현의 자유로 감쌀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서영석 의원도 “5·18 민주화운동을 향한 혐오와 조롱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조국혁신당은 “북한 같다며 정면으로 색깔론을 제기한 인사까지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용인해선 안 된다”며 이 부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 대응을 문제 삼았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정말 그의 발언과 생각이 문제라면 현 정권의 밥상 위에 올려놓고 공개적으로 ‘조리돌림’ 할 것이 아니라 즉각 해임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며 “보수 인사 기용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보여주기식 인사를 반복해 온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 부위원장은 그저 버리기 아까운 ‘보기 좋은 떡’에 불과한 것이냐”고 주장했다.
5월 단체는 이 부위원장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최근 5·18을 향한 왜곡과 조롱이 신분과 장소, 방식까지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까지 분열적인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사회 지도층일수록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는 책임 있는 언행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임 등 정부 대응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여러 차례 정부의 가치와 방향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이를 무시하는 언행을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공직자의 발언인 만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극정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은 “대통령 직속 기관의 고위 공직자가 5·18을 둘러싼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직자라면 자신의 말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 국민 통합 차원에서 임명한 인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신중한 태도가 필요했다”고 비판했다.
신 회장은 “청와대가 엄중 경고한 만큼 당사자도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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