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고교야구대회 경기 도중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이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취지의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진상 파악에 나선 가운데 이번 사태를 단순한 학생들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왜곡된 역사 인식과 교육 현장의 과제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0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배재고와 광주일고의 경기 중 8회 초, 6-2로 앞서던 배재고 선수단이 덕아웃에서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해당 구호는 지난 5월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해 사회적 논란을 빚었던 행사를 겨냥한 것이다. 계엄군의 탱크를 연상시키는 문구 등으로 5·18을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고교야구 선수들이 이를 다시 야구장에서 구호로 재현한 셈이다.


사태가 확산하자 배재고 측은 공식 사과문을 통해 “부적절한 언행으로 상처와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사과문 작성 과정에서의 대응 방식 등을 두고 진정성 논란이 일면서, 이번 사안이 우리 사회가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선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도 특정 고교 선수의 부적절한 발언이 문제가 된 바 있어, 특정 지역과 역사에 대한 비하가 스포츠계에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한 대목이다.

광주일고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공식 항의문을 제출하며 “교육의 장에서 혐오와 조롱의 언어가 울려 퍼진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향후 모든 대회에서 상대방을 비하하는 표현을 금지하고, 관련 교육 강화와 함께 규정 위반 시 엄중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5·18기념재단을 비롯한 관련 단체들 역시 이번 사안을 단순한 학생들의 실수로 보지 않는다.
이들은 “명백히 광주와 5·18민주화운동을 비하한 행위이자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라고 강조하며, 단지 학생들을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올바른 역사 교육과 인식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이번 사건을 ‘스포츠맨십 위배 및 사회적 물의 야기’로 판단하고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협회는 지난해 이미 이사회에서 이러한 형식의 과도한 응원에 대한 제재를 예고한 바 있다. 협회가 제시한 ‘과도한 응원’의 예시에는 상대 투수를 방해하는 말이나 행위, 상대팀에 대한 야유, 예의에 벗어난 말과 행위, 국기문란의 노래 등이 있다. 배재고의 지역 비하 응원도 충분히 제재 사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협회 관계자는 “항의 서한과 신고가 접수된 만큼 자체 조사를 진행한다”며 “선수단 관리 책임 여부도 검토한 후, 빠른 시일 내에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포츠계 전반에 올바른 역사 인식을 정착시키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체계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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