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할 대기업과 앵커기업(선도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게 중요하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들어와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성공도 담보될 수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5극 3특’ 정책에 대한, 지역균형발전과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5극 3특은 ‘5개의 극, 3개의 특’의 약자다. ‘5극’은 호남권(전남·광주)과 수도권,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대경권(대구·경북), 중부권(충청)을 가리킨다. 전남과 광주가 40년 만에 행정통합을 선택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들을 붙잡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처절한 생존 전략이다. 통합특별시의 성패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분야별 ‘앵커기업’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에너지, 미래모빌리티, 우주산업을 이끌 세계적인 기업이 자리 잡아야 협력업체와 연구기관, 전문인력이 함께 모이고, 이를 통해 인구 유입과 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통합 목표도 실현할 수 있다는 거다.
28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삼성·SK 등 글로벌 대기업의 호남권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여기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대한 반도체 클러스터(복합단지) 조성에만 투자 규모가 1천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단순한 공장 신설을 넘어, 전남광주 산업지도 대전환의 출발점이 될 거란 기대가 나온다. 지역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통합의 산고(産苦)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이어지게 됐다. 전남·광주가 단순한 후공정 단지를 넘어 전공정 팹(Fab·반도체 생산시설)까지 아우르는 메가 클러스터, 글로벌 반도체 전진기지로 급부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입지 경쟁력 덕분이다. 전남은 전국 1위 태양광 발전량과 해상풍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요구하는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 달성에 최적화된 지역이다. 여기에 수도권과 달리 충분한 산업용수와 광활한 부지까지 확보하고 있어, 포화 상태에 이른 수도권 클러스터의 대안이자 미래 핵심 생산기지로 주목받아왔다.
반도체 팹 1기 건설을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에만 최소 60조원이 든다. 고가의 장비 등을 포함하면 100조원이 소요되는 만큼 삼성과 SK 양사의 투자 규모는 400조~500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강위원 전남도 경제부지사는 “현재 논의되는 패키징 공장은 수천명 수준의 고용 효과지만, 전공정 팹은 공장 1기만 들어와도 1만명 안팎의 직접 고용이 가능하다”며 “협력기업과 연관 산업까지 포함하면 수만명 규모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앵커기업(선도기업)의 유치는 연쇄 낙수 효과도 예고하고 있다. 우선, 대규모 자금이 토지 보상과 건설 비용 등으로 지역에 투입된다. 또한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대거 이전 땐 지역 내 자동차·에너지 산업의 기술 전환과 고도화를 이끄는 강력한 엔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전남광주에 반도체 생태계가 갖춰질 경우 지역 산업도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통합특별시가 반도체 하나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AI ▲반도체 ▲재생에너지 ▲이차전지 ▲미래차 ▲우주·방산 등 국가 전략산업 전반에서 대표 기업을 유치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광주는 AI집적단지, 미래차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AI와 첨단모빌리티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전남은 전국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과 해상풍력, 이차전지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고흥의 우주 산업과 순천의 우주·방산 클러스터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앵커기업이 들어와야 부품기업과 협력업체, 연구기관, 스타트업이 자연스럽게 모여 산업 생태계가 완성되고,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아도 되는 양질의 일자리도 함께 만들어질 수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산업 대전환을 위해서는 대규모 용수·전력 확보와 함께 기후변화 등에 대비한 스마트 관리 시스템과 친환경 공장 구축 등 지역 사회와의 상생이 성공 열쇠다. 오병기 전남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2032년이면 전남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가 가장 풍부한 지역이 될 것”이라며 “다른 지역은 전력 자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남·광주는 하천수 재이용과 기반시설 확충 등을 통해 용수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력 양성과 정주 여건에 대한 현실적 해법을 마련, 우수 인력의 ‘록인(Lock-in·고착)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대학에서 매년 우수한 공학 인력이 배출되고 있지만 일자리가 부족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감한 인센티브도 과제로 꼽힌다. 수도권과 다른 지역들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산업용지를 장기 임대하거나 기반시설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통합특별시도 파격적인 투자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실장은 “현행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도 기업 투자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장기 무상임대 등의 특례가 일부 마련돼 있다”며 “국가 공유재산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공유재산도 기업 유치를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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