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 나눠먹기 차단···미래 먹거리에 올인

이정민 기자
업데이트 2026.06.19. 17:10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성패, 이것만은 꼭]
③20조원 인센티브…선택과 집중
쪼개기 예산·소모성 지출 안돼…가이드 세워야
AI·에너지 초광역 신산업 벨트 등 투자 기회
민형배 당선인 "80%는 기업 투자 유치에 사용"
전남광주통합특별법안 제출. 뉴시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과 함께 확보하게 될 20조원의 정부 재정 인센티브는 인공지능(AI)과 에너지로 상징되는 대전환의 시기,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수 핵심 ‘시드 머니(종잣돈)’로 꼽힌다. 이 막대한 재정이 지역별 나눠먹기식 예산이나 단기 성과를 위한 선심성 사업으로 흘러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지역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미래 산업 투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4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전남·광주의 행정통합을 대가로, 향후 4년간 연 5조원씩 모두 20조원의 재원을 정부로부터 약속받았다. 기본 예산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단일 지방 정부의 추가 재원이다.

문제는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 여부다. 지역의 명운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우선, 통합특별시 출범과 동시에 광주 5개 자치구와 전남 22개 시·군에서는 각종 지역 현안 해결과 숙원사업 추진 요구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로 확장과 청사 건립, 체육시설 조성, 관광지 개발 등 지역별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예산은 순식간에 분산될 수밖에 없다. 실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대규모 국책사업 상당수가 지역 안배와 정치적 고려 속에서 사업 규모가 축소되거나 분산 투자되면서 기대했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지 못한 사례가 많다. 특히 통합특별시 출범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별 이해관계가 향후 예산 배분 과정에서 재연될 경우 ‘선거 보상성 나눠먹기’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인수위원회 단계에서부터 명확한 재정 운용 원칙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핵심은 소규모 민원성 사업과 지역 안배성 예산을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거다. 광주의 인공지능 산업과 전남의 에너지 산업을 연계한 ‘AI·에너지 초광역 신사업 벨트’ 구축이 대표적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산업, 재생에너지 생산기지, 에너지 저장장체(ESS), 미래 모빌리티 산업 등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산업 거점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전남과 광주 전역을 1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초광역 교통망 구축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광주~영암 초고속도로와 광역철도망 확충, 물류 인프라 구축 등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4년 뒤 정부의 재정 지원이 끝났을 때다. 이에 대비, 20조원을 단순한 건설사업 재원으로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는 자생적 성장 기반을 만드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거다.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 당선인 역시 후보 시절부터 20조원 인센티브에 대해 ‘8대 1대 1’ 비율 사용 기조를 밝힌 바 있다.

민 당선인은 80%인 16조원은 AI·반도체·재생에너지·미래모빌리티 등 초첨단 산업 유치에 집중 투자하고, 나머지는 20%는 인재 양성과 복지·돌봄, 농어촌·섬 지역 지원, 기후환경 대응 등 사회 안전망 강화 등에 골고루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최근 민 당선인 인수위원회(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 차원에서 이른바 ‘20조 특위’를 구성하고 정부와 직접 협의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4년간 20조원 지원’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실행 계획이 통합특별시장 선출 이후에도 구체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출신의 백승주 대전환기획위 부위원장이 특위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재정·행정 전문가로서 통합특별시의 조직과 행정체계 정비를 지원하고 있는 백 부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약속한 4년 20조원의 지원 방향을 구체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0조원 특위’의 기본 원칙을 “특정 사업에만 사용할 수 있는 국비지원은 안된다”로 정한 배경이다. 이를 위해 20조원이 안정적으로 전남광주통합시에 투입 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정부와 논의할 방침이다. 백 부위원장은 “인수위가 바라는 베스트는 조건없이 20조원이 지원되는 것”이라며 “전남광주특별시의 압도적 성장을 위해 첨단산업과 반도체 기업 유치 등에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한 지역 경제 전문가는 “20조원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마중물”이라며 “지역 안배보다는 투자 효과와 성장 가능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재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320만 시·도민이 손에 쥔 20조원은 나눠 쓰면 사라질 돈이지만, 미래에 투자하면 지역의 운명을 바꿀 자산이 될 수 있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성패는 결국 ‘얼마를 확보하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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