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휴일에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뉴스를 듣게 됐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 여고생 3명이 투신해 숨졌다는 소식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왜 꽃다운 나이의 여고생 3명이 20층 높이의 아파트에서 동시에 뛰어내린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렇다면 광주는 어떠한가. 부산 여고생 사건과 같은 날, 남구 제석산 구름다리에서 40대 남성이 추락했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고 보도됐다. 1999년에 설치된 제석산 구름다리는 2017년 이후 7건의 추락 사건으로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24년 자살자 수는 1만 4439명으로 하루에 약 40명이 목숨을 끊은 셈이다. 이는 청소년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세대별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노년층은 경제적 어려움, 건강, 외로움 등으로, 중년층은 가족 부양의 부담감, 가정 붕괴 등으로 삶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층은 최근 부산 여고생 투신 사건에서 드러나듯이 성적 문제,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청소년 자살률 높아지는 데에는 사회의 책임이 크다. 진학 제도만 관심을 두는 교육 시스템, 학생 개개인에 대한 관심 부족, 소수 학생들 중심의 지도 방식 등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자살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자살예방기본법을 제정해 모든 지자체가 자살방지대책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상근 및 파견 공무원, 비정부기구(NGO), 전문가 단체 등 시민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특히 자살 예방 교육에 힘쓰며, 자살 시도나 자해 경험이 있는 고위험군을 발굴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자살 예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첫 국민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자살률이 왜 이리 높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우리는 이번 부산 지역 여고생 투신 사건과 제석산 구름다리 추락 사건을 계기로 자살 문제에 대해 새롭게 각성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5년(2019~2023년)간 10대 자살률은 각각 5.9명, 6.5명, 7.1명, 7.2명, 7.9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학교뿐만 아니라 교육청, 행정기관, 의료기관, 언론기관, 청소년 정신건강센터, 자살예방센터 등 사회 전반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청소년 자살의 주요 원인인 학업과 진로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 학교 폭력 등 면밀히 파악하고 외부 전문 상담기관과 의료기관들을 통해 정기적인 심리 교육 및 평가가 수시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살 예방 활동 및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살 예방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주위 시선과 불이익에 망설이는 청소년들을 위해 학교, 교육청 등 관련 기관들의 세심한 배려와 보호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노년층의 경우 건강 악화, 우울증,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삶을 포기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이를 위해 정신건강센터, 돌봄센터 등 여러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기반을 마련하고 노년층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제석산 구름다리 투신 사고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는 보다 실질적인 예방 대책 수립과 위험 구역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감시가 요구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힘들고 방황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따뜻한 관심과 희망을 전한다면 그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조금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