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김기태 감독님 말씀을 들었더라면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요."
프로야구 KIA타이거즈가 여름의 기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KIA는 6일 경기 전까지 올 시즌 45승 3무 36패 승률 0.556으로 한화이글스에 3경기차 뒤에 선 단독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부진 속에 한때 최하위까지 쳐지며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겼는데 어느덧 순위를 이렇게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KIA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선수 중 1명이 김호령이다. 지난 2015년 2차 10라운드 전체 102순위로 프로에 입단한 김호령은 수비에서는 자타공인 리그 최상위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빈약한 공격력이 늘상 발목을 잡아왔다.
올해는 공격력까지 업그레이드를 한 모양새다. 김호령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3할6푼8리 2홈런 9타점 1도루로 펄펄 난다.
급기야 지난 5일 경기에서는 개인 첫 만루홈런을 포함해 첫 멀티홈런을 때려내며 프로 데뷔 11년 만에 최고의 날을 보냈다.
경기 후 만난 김호령은 "처음 멀티홈런을 때려냈고 만루홈런도 처음때려봤다. 너무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그는 "그동안 직구 타이밍에 조금 늦어서 연습 때부터 빠른 직구에 타이밍을 맞추는 연습을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평했다.
김호령은 "만루 상황에서 쳤을 때도 솔직히 이게 홈런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넘어가는 순간 너무 기뻤다. 뭐라고 설명을 못하겠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호령은 통산 타율이 2할3푼9리에 그칠 정도로 타격에서는 존재감을 뽐내지 못했다. 그의 커리어하이 역시 2할6푼7리 8홈런 19도루를 기록했던 2016년이다.
KIA를 거쳐 간 숱한 지도자들이 김호령의 중견수 수비에 반해 타격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수비력이 리그 최상위권인 그가 조금만 타격에서 발전을 이뤄내더라도 KIA의 전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태, 맷 윌리엄스 등 대타자 출신 감독들도 김호령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이범호 KIA감독이 그 어려운 미션(?)을 해결한 모양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타격훈련때마다 김호령을 붙잡고 타격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김호령도 반응했고 연습을 이어간 것이 현재 타격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호령은 "타석에서 오픈 스탠스로 서던 것에서 크로스 스탠스로 변화를 줬고 타이밍을 맞추는 연습을 했는데 최근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감독님께서 제가 평소에 가까운 공을 잘치니까 그부분에 특화를 두고 타격을 하면 어떻겠냐고 말씀하셔서 그대로 시합에 적응하니까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인 때부터 많은 코치님, 감독님이 비슷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많이 흘려들었던 것 같다. 예전에 김기태 감독님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제가 좀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때 말을 들었으면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그게 참 아쉽다. 그때 말 잘 들을걸"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범호 KIA감독은 "(김)호령이 같은 경우 우측으로 (타구가 가면) 안타가 안 나오는 유형의 선수라고 판단한다"며 "(왼발을) 열어놓고 있으니까 공 자체가 치면 다 오른쪽으로 가는데 잡힌다. 그래서 호령이한테 오른쪽으로 안 쳐도 된다, (왼발을) 닫아놓고 몸쪽으로 오는 것만 정확하게 친다는 생각을 가지면 스트라이크존을 좁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의 조언을 등에 업은 김호령은 프로 데뷔 11년만에 최고의 성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김호령은 "제 커리어 하이가 2016년인데 그때를 넘어 2할8푼정도까지는 타율을 끌어올리고 싶다"고 당당히 밝혔다.
이재혁기자 leeporter5125@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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