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시즌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의 좌완투수 김기훈은 꽤 굴곡이 있는 시간을 보냈다.
오키나와에서 열렸던 2차 스프링캠프 기간 제 공을 던지지 못해 조기복귀를 당하는 시련을 겪었다. 이후로도 길어진 부진에 시즌 중반 1차례 미국 트레드에슬레틱 트레이닝센터에 야구유학을 다녀왔고 이를 발판삼아 시즌 말미에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승선해 등판까지 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전체적으로 시즌이 거듭될수록 상승곡선을 그려냈다.
시즌 최종 성적은 17경기 등판 19.2이닝 1승 평균자책점 5.03. 만족할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8월 한 달간은 9경기에서 8.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으로 언터쳐블 모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나름 1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마무리캠프에 합류하기보단 휴식의 시간을 갖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기훈은 휴식 대신 훈련을 선택하며 기량발전을 꾀하고 있다.
김기훈은 "2024년 시즌 미국을 다녀오면서 내 것을 조금 만들어온 한 해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것을 토대로 경기에서 자신 있게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미국을 가기 전에는 많이 힘들었다. 공이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갔고 투구 시 밸런스도 흔들렸다. 미국에서 내 것을 만들어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되돌아봤다.
한국시리즈에서는 3차전 등판해 1타자를 상대해 볼넷 1개를 내주고 교체됐다. 좋지 않은 성적이지만 한국시리즈에 등판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부분.
그는 "등판하기 직전에 불펜에서 경기를 볼때는 긴장이 많이 됐다. 그러나 막상 마운드에 올랐을때는 긴장이 덜했는데 좋은 결과는 아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는 더 준비를 해서 한 단계 더 오를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고 평했다.
스스로의 각오처럼 김기훈은 여기가 한계점인 선수가 아니다. 지난 2019년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KIA에 1차 지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입단했다. '제2의 양현종'이라는 평가 속에 팬과 구단의 기대를 한몸에 샀다.
그리고 기대처럼 구위 하나는 정말 에이스급이었다. 다만 제구력의 약점이 더욱 도드라졌고 시련의 시간을 보내왔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복무하는 기간 퓨처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전역 후 복귀한 2022년 후반기에도 그 기세를 이어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했으나 이후 결과는 같았다.
그는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았다. 이것 저것 바꾸려고 한 것은 아닌데 결과가 좋지 못하다보니 생각이 많이 들었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됐다"고 되돌아봤다.
이에 미국 유학을 통해 자신의 공에 믿음을 갖게 됐고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조금 더 확실한 본인의 것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자가 있을 때의 세트포지션 동작이다. 김기훈은 "세트포지션 동작이 많이 느리다. 정재훈 코치님께서도 세트포지션을 좀 빨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해주셔서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올 시즌 김기훈은 주자가 없을 때 피출루율이 0.261로 매우 낮았다. 그러나 주자가 출루하면 피출루율이 0.449까지 치솟았다. 유주자시의 피안타율이 0.229로 좋았음을 고려하면 세트포지션이 느리기 때문에 주자의 진루를 신경쓰다가 제구가 흔들렸음을 파악할 수 있다. 세트포지션의 속도를 높여 자신감을 장착한다면 조금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음을 동시에 알아낼 수 있는 부분.
김기훈은 "내년 시즌에는 어떤 위치에 서겠다는 각오보다는 올해보다 조금 더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다. 나의 퍼포먼스를 확실하게 마운드에서 보여줘야 할 때다. 지금 하고있는 루틴대로 열심히 훈련해서 좋은 성적을 꾸준히 기록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는 "올 시즌 짧은 기간이었지만 내 공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 생겼다. 그래서 조금 더 나를 믿고자 한다. 몸도 아픈 곳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본 오키나와=이재혁기자 leeporter5125@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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