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타이거즈가 12번째 우승을 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누가 뭐래도 '핵타선'이었다.
'리그 최다실책', '선수단 줄부상' 등 온갖 마이너스 요소를 핵타선 하나로 모두 지워버렸을 만큼 KIA의 타선은 강력했다. 팀 타율(3할1리) 1위를 비롯해 팀 득점(858점), 장타율(0.459), 타점(812개), 출루율(0.369)까지 각종 지표에서 리그 최상위권에 위치했다. 김도영, 한준수와 나성범, 최형우 등 영건과 베테랑들의 신구조화 또한 완벽하게 이뤄졌다.
KIA는 전, 후반기를 가리지 않고 뜨거운 방망이로 프로야구 굳건히 1위를 지켰다. 전반기 팀 타율 2할9푼6리(1위), 홈런 96개(1위)를 기록했고 후반기에는 팀 타율 3할8리(1위), 홈런 67개(4위). 홈런은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줄었으나 더욱 정교한 타격을 바탕으로 뒤를 쫒는 팀들을 따돌렸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 유행했던 '호랑이 꼬리 만지기의 저주'를 만들어 낸 것도 따지고 보면 타선의 힘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올해 KIA에서 가장 맹위를 떨쳤던 것은 역시 김도영이다. 김도영은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4푼7리 홈런 38개 타점 109개, 도루 40개 등 타격 전 부문에서 리그 10위 내에 이름을 올리는 역사적 시즌을 보냈다. 정규시즌 MVP도 유력한 상황. KIA의 타선을 가장 앞에서 진두지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할(3할7리) 타율을 기록하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효자용병' 소크라테스브리토 역시 KBO리그 3년차를 맞은 올해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변함없는 활약을 선보였다. 소크라테스는 타율 3할1푼 26홈런 97타점으로 타순을 가리지 않고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시즌 초반 방출설이 유력하기도 했으나 여름이 다가오자 제 컨디션을 회복해 맹위를 떨쳤다.
나성범과 최형우도 빼놓으면 섭하다. 나성범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출발을 함께하지는 못했으나 102경기에만 출전하고도 21개의 대포를 쏘아올리는 등 이름값을 했다.
최형우의 성적은 믿기 힘든 수준. 불혹을 넘은 최형우는 시즌 한때 타점왕에 도전하며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116경기에서 홈런 22개 타점 109개는 여느 팀의 중심타자로 이름을 올리기에 아쉬움이 없는 성적이다.
올해 KIA가 예년과 가장 달랐던 점은 '안방'이다.
가장 최근 우승을 차지했던 2017년에도 공격에서만큼은 약점이었던 KIA의 포수는 그대로 고질병으로 남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달랐다. 지난해 삼성라이온즈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와 비FA 다년계약을 맺은 김태군과 2018년 1차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한준수가 기량을 발전시킨 덕이다. 김태군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만루홈런을 때려내는 등 KS 5경기에서 타율 3할5푼3리 1홈런 7타점으로 MVP급 활약을 펼쳤다. 정규시즌에서도 타율 2할6푼4리 7홈런 34타점으로 쉬어가는 타순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준수는 115경기 타율 3할7리 7홈런 41타점으로 타격재능을 가감없이 선보였다. 흔치않은 좌타포수로 경기 후반 대타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공수겸장포수로 거듭났다.
한국시리즈 MVP에 빛나는 김선빈의 이름도 굵직하다. 정규시즌 타율 3할2푼9리에 9개홈런으로 홈런부문 커리어하이를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 모두 출전해 타율 5할8푼8리 2타점으로 팀 우승을 견인했다.
주전과 백업을 가리지 않았던 선수단의 뎁스도 큰 장점이었다.
KIA의 대타 타율은 무려 3할4푼으로 서건창, 이창진, 윤도현, 박정우, 변우혁 등이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았다. 이들의 활약 속에 KIA는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함과 동시에 미래자원에게도 경험치를 부여하며 현재와 미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2024시즌을 타선의 맹타속에 우승으로 장식한 KIA는 이제 2025년 V13을 겨냥한다. 불방망이 타선이 내년에도 호랑이군단의 가장 날카로운 송곳니가 될지 관심이다.
이재혁기자 leeporter5125@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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