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이 많고 도로망과 철도망이 부족했던 전남 지역의 사회기반시설이 최근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철도·도로·항만·공항 등 지역 맞춤형 교통망 개선 사업이 추진되면서, 한때 '교통 오지'로 불리던 전남이 인정 광주 등 광역을 비롯해 도내 일선 시·군을 연결하는 교통망 구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은 단순한 교통 편의 차원을 넘어 산업 입지와 관광 활성화, 인구 구조 변화까지 좌우하는 핵심 동력으로 평가 받으면서 전남이 활기를 띠고 있다.
◆KTX·광역철도 확충…'서울 2시간 시대' 눈앞
호남고속철 2단계 공사(광주송정~목포 구간)는 전남 교통 혁신의 상징적 사업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서울~목포 이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돼 2시간대 접근이 가능해진다. 현재 3시간 가까이 걸리는 구간이 단축되면, 수도권과 서남권 간 경제·문화 교류가 활발해지고 서남해안 관광산업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
다만 사업부지 중 나주 고막원-목포 임성리 구간에서 매장 문화재들이 발견돼 공사 기간이 2년가량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첫 삽을 뜬 호남고속철도 2단계 건설사업은 광주 송정에서 무안국제공항을 경유해 목포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총사업비는 3조274억원이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무안국제공항은 전국 지방 공항 중 유일하게 고속철도와 연결된다.
남해선 전철화 사업은 지난 2002년 첫 삽을 뜬 후 23년만인 지난달 27일 개통했다. 이 사업은 목포 임성~해남~강진~장흥~보성 구간 82.5㎞를 단선으로 건설하는 것으로 총사업비는 1조6천446억원이 투입됐다.
남해선 개통으로 목포에서 보성까지 이동시간이 140분에서 67분으로 크게 단축됐다. 경전선까지 전 구간(338㎞) 전철화 시 목포~부산 이동시간이 현재 6시간33분에서 2시간24분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후속 사업인 광주 송정∼순천(121.5㎞) 경전선 전철화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해당사업은 당초 총 2조1천366억원을 투입해 오는 2030년 완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노선 통과 지역인 순천시가 최초 설계된 순천 도심 구간을 관통하는 5㎞짜리 노선의 활용 계획을 반대하고 나서 제동이 걸렸다.
경전선 가운데 광주∼순천은 유일한 비전철 구간으로 1930년 개통 이후 100년 가까이 개량되지 않았다. 전체 사업이 완료되면 광주역에서 순천역까지 소요 시간은 현재 152분에서 52분으로, 광주역에서 부산 부전역까지는 5시간 45분에서 2시간 21분으로 단축된다.
◆국도·고속도로망 확장…섬·내륙 균형 발전
철도와 함께 도로 SOC 확충도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완도 고속도로(1·2단계), 영암~광주 초고속도로(한국형 아우토반), 여수~남해 해저터널, 연륙·연도교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광주~완도 고속도로(1·2단계) 구축사업은 각각 올해 국비 1천336억원, 8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면서 추진 동력을 얻었다.
총 사업비 3조5천45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인 광주~완도 고속도로는 해남(남창)~광주(서구) 잇는 90.0㎞ 구간이다.
1단계 광주~강진 구간(51.1㎞) 공정률은 80% 이상으로 내년 준공이 목표다. 2단계 완도~강진 구간(38.9㎞)은 오는 2034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 현안 중 하나인 영암~광주 초고속도로 건설사업은 국토교통부가 타탕성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 중이다.
영암~광주 초고속도로는 영암 서호IC에서 광주 승촌IC까지 47.0㎞를 6차로로 신설하는 사업으로 총 2조6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도로는 속도 제한이 없는 독일의 '아우토반'을 모델로 삼아 국내 1호 초고속도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수~남해 해저터널 사업도 관심사다.
지난해 착공에 들어갔으며 올해 국비 520억원을 확보,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었다.
해저터널은 여수시 신덕동과 경남 남해군 서면 간 8.09㎞(왕복 4차로)를 잇는 구간 중 광양만 해협을 가로지르는 5.76㎞의 해저 구간이다. 사업비 8천67억원이 투입돼 2031년 완공 목표다. 해저터널이 뚫리면 여수∼남해 간 이동시간이 1시간 30분에서 10분으로 획기적으로 줄게 된다.
아울러 신안 압해~해남 화원 국도 77호선 연결, 여수 화태~백야 국도 77호선 연결, 신안 비금~암태 국도 2호선 연결 등 연륙·연도교 건설사업도 올해 국비 917억원, 1천95억원, 103억원을 각각 확보해 탄력을 받고 있다.
◆항만·공항…"관광객 유입·주민 편의 증대"
전남은 풍부한 해양 자원을 기반으로 항만 SOC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광양항은 이미 국내 제2의 컨테이너 항만으로 자리잡았고, 스마트 항만 전환을 위한 자동화·디지털화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목포항은 자동차 수출이 추줌하는 모양새지만, 완도·여수항은 크루즈·여객 중심 항만으로 특화됐다.
이는 단순한 항만 개발이 아니라 전남이 동북아 해상 물류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항공 인프라 역시 전남의 미래를 좌우할 관건이다.
무안국제공항은 새정부 들어 광주 군공항과 민간공항 이전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 서남권 거점 공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주공항 여객기 참사로 운항을 중단하고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흑산공항은 섬 지역 주민들의 응급 의료·관광 접근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전남도가 역점 추진 중이다.
당초 흑산공항은 지난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하고 2015년 기본계획이 고시돼 2027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이었다.
다만 안정성 강화, 활주로 설계 변경 등으로 사업비가 1천833억원에서 6천411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예비타당성 재조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는 이르면 올해 말에 나올 예정이다.
이처럼 전남의 SOC는 지금 변화의 분기점에 서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멀고 불편한 지역'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전남은, 이제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대도시와 단숨에 연결되는 새로운 교통지도 위에 올라서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SOC는 '길을 놓는 일'이 아니라 '삶의 무대를 바꾸는 일'이다"며 "차질 없는 사업 추진으로 관광객 유입과 주민 교통편의 증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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